'헬 조선'의 뜻을 안다면
2015년 09월 11일(금) 00:00 가가
윤석천의 '우리와 경제'
‘헬 조선’ ‘지옥불 반도’ ‘동방 역병지대’. 40대 이상 된 이들에게 이러한 단어는 암호와 다르지 않다. 도통 뭘 말하는지 알 수 없을 거다. 하나, 이들 단어의 뜻을 알고 나면 쓴웃음을 지을지 모른다. 혹은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이들 단어는 ‘대한민국’을 지칭한다. 헬 조선은 헬(지옥)과 조선의 합성어이고 지옥불 반도는 지옥과도 같은 한반도 상황을, 동방 역병지대는 전염병과 같은 고통이 휩쓸고 있는 한국을 표현한다. 국가와 사회를 향한 2030세대의 분노와 적개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것이 이 같은 신조어를 탄생시킨 것이다.
오죽하면 자신의 조국을 무간지옥이라 칭할까. 이제 3포세대란 말은 진부하기까지 하다. 요즘 청년들은 결혼·연애·출산은 물론 인간관계와 집까지 포기한 5포를 지나 취업과 희망마저 접은 7포세대로 자신들을 부르고 있다.
인간은 욕망 때문에 산다. 삶을 지탱해 내는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은 욕망에서 나온다. 그 욕망의 실체가 세속적이냐 초월적이냐는 상관없다. 한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삶의 에너지원을 포기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일본은 반면교사다. 일본의 청년들을 ‘사토리 세대’라 한다. 사토리는 ‘달관’ 혹은 ‘득도’를 뜻한다. 마치 선승처럼 더 이상 아무것도 탐하지 않는 세대라 해서 붙여진 말이다. 바로 오늘의 우리 청년들 모습이다. 미래가 절망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부질없는 희망을 품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모든 희망을 접는 게 스스로를 돌보는 방책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청춘과 우리의 젊음이 욕망을 거두는 이유는 같다. 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자니 일상의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 청춘을 절망하게 하는 걸까? 한마디로 돈 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은 물론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돈벌이’는 필수다. 한데 그 길이 막히고 있다. 한국의 청년고용률은 40%에 불과하다. 평균에도 못 미친다. 네덜란드와 스위스 등은 70%이며 대부분의 국가가 50% 이상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한다. 덕분에 청년층 거의가 고학력인 상황이다. 한데, 그에 어울리는 고급 일자리는 느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청년들의 취업을 주도하는 것은 서비스업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 직종은 전문성과 지속성에서 제조업 일자리를 따라갈 수 없다. 고학력 청년들에 어울리는 일자리가 너무 귀하다. 변변한 일자리는 거의 씨가 말랐다. 청년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한국의 청춘들은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대부분 빚쟁이가 된다. 학자금 대출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어느새 목돈이 돼버린 부채를 갚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활짝 펴야 할 나이의 청년들이 빈곤과 부채의 악순환에 빠져 시들어 가고 있다. 올해 신용회복위원회 연령별 개인 워크아웃 신청 현황을 보면, 다른 연령대는 감소하는 데 비해 29세 이하 연령대만 오름세를 보였다.
욕망의 포기는 경제행위의 단절을 수반한다. 청년층의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 쓸래야 쓸 돈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한국의 저성장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또 있다. 대다수 청년들이 실업자인 상태라면 국가의 복지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청년층은 우리의 미래를 직접적으로 담보한다. 젊은이들의 소득은 국가복지의 뼈대이자 기반이다. 당장 국민연금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이전 세대의 연금은 결국 현 청년 세대가 책임지는 것이다. 청년이 무너지면 국가와 국민의 미래 모두가 흔들린다.
청년에 대한 투자와 복지는 그런 이유로 노인복지 못지않게 중요하다. 청년을 나 몰라라 내팽개치는 국가는 결국 망한다. 노동개악을 개혁, 혹은 청년 정책이라 우기는 국가에 내일은 없다. 서둘러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청년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기꺼이 욕망을 품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지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거야말로 기성세대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다.
<경제평론가>
안타깝지만 이들 단어는 ‘대한민국’을 지칭한다. 헬 조선은 헬(지옥)과 조선의 합성어이고 지옥불 반도는 지옥과도 같은 한반도 상황을, 동방 역병지대는 전염병과 같은 고통이 휩쓸고 있는 한국을 표현한다. 국가와 사회를 향한 2030세대의 분노와 적개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것이 이 같은 신조어를 탄생시킨 것이다.
인간은 욕망 때문에 산다. 삶을 지탱해 내는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은 욕망에서 나온다. 그 욕망의 실체가 세속적이냐 초월적이냐는 상관없다. 한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삶의 에너지원을 포기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일본은 반면교사다. 일본의 청년들을 ‘사토리 세대’라 한다. 사토리는 ‘달관’ 혹은 ‘득도’를 뜻한다. 마치 선승처럼 더 이상 아무것도 탐하지 않는 세대라 해서 붙여진 말이다. 바로 오늘의 우리 청년들 모습이다. 미래가 절망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부질없는 희망을 품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그럴 바엔 차라리 모든 희망을 접는 게 스스로를 돌보는 방책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청춘과 우리의 젊음이 욕망을 거두는 이유는 같다. 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자니 일상의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한국의 청춘들은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대부분 빚쟁이가 된다. 학자금 대출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어느새 목돈이 돼버린 부채를 갚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활짝 펴야 할 나이의 청년들이 빈곤과 부채의 악순환에 빠져 시들어 가고 있다. 올해 신용회복위원회 연령별 개인 워크아웃 신청 현황을 보면, 다른 연령대는 감소하는 데 비해 29세 이하 연령대만 오름세를 보였다.
욕망의 포기는 경제행위의 단절을 수반한다. 청년층의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 쓸래야 쓸 돈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한국의 저성장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또 있다. 대다수 청년들이 실업자인 상태라면 국가의 복지체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청년층은 우리의 미래를 직접적으로 담보한다. 젊은이들의 소득은 국가복지의 뼈대이자 기반이다. 당장 국민연금이 문제가 될 것이다. 이전 세대의 연금은 결국 현 청년 세대가 책임지는 것이다. 청년이 무너지면 국가와 국민의 미래 모두가 흔들린다.
청년에 대한 투자와 복지는 그런 이유로 노인복지 못지않게 중요하다. 청년을 나 몰라라 내팽개치는 국가는 결국 망한다. 노동개악을 개혁, 혹은 청년 정책이라 우기는 국가에 내일은 없다. 서둘러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청년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기꺼이 욕망을 품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지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거야말로 기성세대가 서둘러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다.
<경제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