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실려 터키의 바닷가로 떠밀려온 세 살 시리아 난민 꼬마의 시신 사진 한 장이 온 세상을 울리더니 그 ‘울림’의 파장이 널리 퍼지고 있다. 어린 꼬마 한 명이 타인의 삶에 무심했던 우리를 일깨우고, 사람들의 인도주의를 눈뜨게 한 것이다.

최근 미술에서도 난민 문제는 중요한 이슈다. 올 봄에 개막한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 황금사자상 수상작도 20세기 첫 대학살이었던 아르메니아의 비극을 담은 아르메니아관이 받았고, 지난 5일 문을 연 제14회 이스탄불비엔날레도 전쟁, 인종 청소, 터키와 아르메니아, 시리아 난민 등 역사적인 매듭들을 언급한 다수의 전시들로 뜨겁다.

제주 출신으로 어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재일 조선인으로서 받아온 차별과 멸시, 이데올로기 대립과 가난 등 처절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온 미술인 송영옥(1917∼1999)도 오래전 작품을 통해 디아스포라의 신산함을 증언했다. 작품 ‘갈림(귀국선)’(1969년 작)은 분명 고국으로 귀향하는 ‘귀국선’이건만 반겨 맞이할 이 없는 디아스포라의 안식 없는 삶을 묘사하고 있어서 지중해를 떠도는 난민선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어디쯤 왔을까? 선창으로 내다보는 처연한 눈길. 내미는 손을 잡아줄 구원의 손길은 과연 있는 걸가? 사다리마저 부서져 극한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는 한 줄기 희망도 사라져버린 듯하다.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목숨을 걸고 정든 땅을 탈출하는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난민뿐만 아니라 동남아 노동자, 이주민, 고려인 등 더 나은 삶을 찾아 우리 곁에 와 있는 이들과의 공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인 듯싶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