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또래 학생들은 강의실이다, 동아리다, 교정을 뛰어다니느라 바쁠 시간이다. 그런데 나는 대학본부 사무실로 간다. 이곳에서 국가근로 학생으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4년째다. 입학할 때 학과 교수님 소개로 국가근로를 처음 알게 되었고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강물처럼 흘러버렸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아니라 주근야독(晝勤夜讀)하는 게 내 삶이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국가근로 장학생으로 일을 한다. 그리고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야간 대학생이 되어 공부하고 있다. 대학이 직장이자 배움터인 셈이다.

많은 학생이 ‘국가근로’란 말을 생소하게 느낄 것이다. 국가근로는 한국장학재단이 시행하는 제도다.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나 균등한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안정된 학업여건을 조성해주기 위해서 마련됐다. 더불어 다양한 직업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취업 역량을 제고한다는 목적도 갖고 있다. 국내 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소득이 8분위 이하인 가정의 학생이어야 하고, 성적이 C학점 이상이어야 한다.

한국장학재단에 매일 온라인 출근부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월말에는 수기 출근부를 대학에 제출한다. 그러면 바로 장학금이 나온다. 매번 장학금을 받는 날엔 이것이 직장생활을 하는 맛이겠구나 하고 느낀다. 이날만큼은 기분이 너무 좋아 하루 종일 싱글벙글 미소 지으며 보낸다. 더군다나 근무부서가 ‘학생복지상담처’라 더 좋다. 학생복지상담처에서 하는 일은 나처럼 국가근로를 하는 학생들의 각종 서류를 정리하고 직원 선생님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이다. 일을 배우는 것도 즐겁지만 다른 즐거움도 많다. 대학에는 나 이외에도 많은 국가근로 장학생들이 있다. 그들과 오래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었다. 야간 대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주간 대학생들과 만나 인맥을 쌓는 기회를 얻었다. 물론, 같은 근로학생 처지이다 보니 때로는 마찰이 생기는 곤란한 경우도 있지만 그건 간혹 있는 일이어서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집안 사정이 어려운 친구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알림으로써 ‘일하며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봉사 아닌 봉사를 할 수 있어서도 좋다. 특히나 어려운 친구들이 덕분에 편안하고 즐겁게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기쁨과 보람이 크다.

사무실이다 보니 근무하는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교수님들과도 자주 마주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등등 여러 가지를 직·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사무실 자체가 배움터인 셈이다. 업무에 익숙해진 이후에는 짬짬이 과제를 하거나 공부를 하면서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아마도 학교만 다녔으면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지냈을 것이다. 금쪽같은 시간을 소중히 사용한 결과로 국가근로 장학금뿐만 아니라 이제는 성적장학금까지 받게 되었다. ‘국가근로’는 한마디로 1석2조가 아니라 1석5조의 성과를 안겨주었다.

4년의 국가근로가 내게 안겨준 가장 소중한 열매는 ‘자신감’이다. 삼포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 보니 졸업을 앞둔 모든 대학생들이 취업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두려움보다는 자신감이 더 크다. 국가근로 기간 동안 만난 선생님들과 교수님들이 어딜 가서든 무슨 일이든 잘할 것이라고 칭찬해주신 덕분이라 여겨진다. 일을 성실하게 처리하다보니 일처리 능력도 생겼고 책임감도 커졌다.

누구나 대학생활을 알차고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나름대로 실천에 옮긴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고, 여행도 떠나고, 어학연수도 다녀온다. 모든 경험이 그렇듯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국가근로’를 꼭 권하고 싶다. 적지않은 납부금이나 용돈으로 부모님을 걱정시킬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가끔은 치킨이나 피자를 쏠 수 있는 여유까지 가질 수 있다. ‘나는 행복합니다’라며 행복의 비명을 지르는 대학생활을 바란다면 꼭 국가근로를 권하고 싶다. ‘국가근로’ 참 좋다. 꼭 도전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