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입시철이다. 며칠 전 포털 사이트에서 ‘7월 모의고사’가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을 보고 적성과 진로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의 수험생 시절이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 가장 고민되는 경우가 바로 성적과 자신의 계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가 불일치할 때다. 과거의 나처럼 고민하는 수험생 후배들을 위해, 동신대학교 간호학과에 입학해 첫 수업 때 교수님께 들었던 말씀을 들려주고 싶다.

“여러분은 다양한 이유로 이 자리에 모였다. 이 중에는 적성에 맞아서 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고, 지금부터 여러분이 해야 할 것은 바로 적응이다.”

적성과 진로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학과 동기들 중에 기초학문인 생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친구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 와서 이곳 생활을 처음 하는 친구도 있었다. 혹자는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의문을 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이처럼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대학교는 학생이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며, 더 나아가 적성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문과 출신이었기 때문에 생물 실력이 부족했고, 성적이 좋지 않아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뭔가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이 필요했다. 그 때 눈에 띈 게 대학 블로그 기자단이었다. 블로그 기자가 된 후 학과장님 인터뷰도 하고, 졸업하신 선배님 인터뷰도 하고,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견학 또한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간호’에 대해서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같은 이해는 학과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나는 동신대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인 ASP(After School Program)를 통해 방과 후에 교수님의 생물 강의를 들으면서 학과 공부에 적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처럼 학생을 학과에 적응하게 도와주는 경로는 대학 내에 다양하게 존재하며, 학과 외에 개인의 적성을 활용하고 키워주는 경로도 다양하다. 이것이 바로 대학의 존재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요즘 대학교가 학교(學校)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취업을 위해 거쳐야 할 관문 정도로 위상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대학교가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어야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의 정체성을 찾게 도와주고, 학생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이 되어줘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학생들은 ‘학교(學校)’에 다녀야 한다. 나는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과에 적응할 수 있었고, 적성 또한 활용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토대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직업 또한 정했다.

오늘날 대학교의 위상 저하는 비단 학교의 잘못 만은 아니다. 학생들도 취업을 위해 배움을 수단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학교는 수단도 아닌 한낱 도구에 그치고 만다. 그러나 배움은 수단이 아니라 학생의 목적이며 본질이어야 한다.

대학교에 들어온 지 2년이 되었다. 자존감이 없었던 한 여고생은 그동안 전문지식의 배움과 실습을 통해 성장했다. 단순히 전공의 적응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과 적성을 접목시킬 수 있게 됐다.

학생이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은 자신의 노력과 함께 대학교가 ‘학교(學校)’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학교와 학생이 서로에게 더 요구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본다. 학교는 학생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생들의 능력향상을 요구해야 하고, 학생들은 치열하게 공부하며, 학교에게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요구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이같은 요구들이 결국은 자신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