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사마귀는 포악하기로 유명하다. 교미 중 수컷을 살해하기 때문이다. 대체 왜 암컷 사마귀는 이처럼 극악무도한 짓을 하는 걸까. 암컷에게 양분을 제공해 더 건강한 자손을 얻기 위한 수컷의 숭고한 희생이라는 설, 교미 시간을 오래 끌어 건강한 자손을 얻으려는 암컷의 의도적 살해라는 설 등이 있다.

어떤 설이 맞든 암컷사마귀의 살해 행위는 종의 번식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참혹하지만 진화적 본능의 산물인 것이다. 사실, 지구상의 모든 종은 종족 번식을 최우선의 과제로 진화해 왔다. 진화생물학자에 따르면 특정 생물종의 성공 여부는 생존과 번식이다.

한데 인류는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적어도 겉으론 그렇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인간이란 종은 아이를 덜 낳는다. 선진국에 가까워질수록 출산율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 유럽,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의 출산율 저하 역시 굳이 통계를 인용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나라는 어디일까?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25명이다.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1.25명이란 얘기다. 이는 세계 224개국 중 219위이며 OECD 가입국 중에선 꼴찌이다. 인구 대체수준 즉, 한 국가의 인구 규모를 현상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인 2.1명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올 6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인이 2750년이면 자연 멸종에 처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노령화, 저출산의 대명사인 일본보다도 빠르게 한국인이 멸종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이 결론은 여성 한 명이 평생 1.19명의 자녀만을 출산하고, 북한과의 통일이나 해외로부터의 이주민이 없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내려진 것이다.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먼 미래를 극히 단순화된 변수만을 사용해 예측했기에 그 신뢰도 또한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는 엄중하다.

왜 한국인은 자칫 멸종으로 치달을 수 있는 길을 가는 걸까. 수많은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보육 및 교육 환경의 열악성도 문제다. 하나,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요인은 청년층의 암울한 현실일 것이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참혹하다. 올 6월 현재 10%를 넘었다. 고용률도 40%대다. 10명 중 4명만 일을 하고 있다. 팔팔한 청춘 대부분이 놀고 있다. 일자리를 갖고 있다 해도 태반이 비정규직이다.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짐작할 수 있다.

별다른 걱정 없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고, 그 아이가 행복하게 커 갈 수 있다면 누가 출산을 두려워하겠는가. 하지만 불안한 세상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신의 후손을 그곳에 던져 놓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이를 돌볼 힘이 없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종족 번식을 포기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후손에게 남루한 삶을 물려주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복지가 개선된다 해서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특정 사회·문화적 요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가령,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사는 아시아의 집단주의적 문화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출산이 많을 수가 없다.

반면, 서구에서는 비혼 출산이 비교적 많다. 이것이 아시아 여성의 출산율이 서구 여성의 그것보다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적 차이가 출산율 변수로 얼마든지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 하나는 모든 종은 번식과 생존을 지상의 과제로 여긴다는 점이다. 암컷사마귀처럼 살해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게 본능이다. 한데, 그 본능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청년층이 후손의 안녕을 담보할 수 없는 불안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다.

누구나 아이를 낳아 마음껏 키울 수 있는 세상. 그것은 꿈일까. 설사 꿈이라 해도 그 꿈을 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은 어느 순간 지구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마치 공룡처럼.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