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산다는 것은 행복만도 고통만도 아니겠지만 멕시코 출신의 여성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예술과 생애는 거의 처절한 고통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일기장의 마지막 글귀처럼 임종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고통과 작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오래전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처음 접하면서 ‘이보다 더 불행하고 이보다 더 가슴 아픈 그림은 없으리라’고 탄식했던 때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 척추성 소아마비를 앓았던 프리다는 비극적이게도 또 한 번의 사고로 척추와 다리가 골절되면서 일생동안 32번의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평생 죽음은 그의 곁에 그늘을 드리웠지만 프리다는 그 모든 절망을 견디면서 참담한 내면세계를 예술로 완성시켰기에 우리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지난 주말, 서울 다녀오는 길에 관람했던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화가 프리다전’(소마미술관, 9월4일까지)의 작품들은 세월이 한참 흐른 후인데도 화가의 정신적 육체적 통증이 전이라도 되는 듯 여전히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전시된 작품들은 화가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그렸다. 늘 혼자이기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화가의 고백처럼 화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처를, 역사를, 삶을 그렸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품은 아니지만, 프리다 칼로의 어떤 작품보다도 내 마음을 편안하게 이끄는 것은 멕시코의 열대 과일과 수박을 그린 ‘생명 만세’(1954년 작)이다. 빨강 노랑 초록색 등 최소한의 색채를 사용하고, 형태의 윤곽선이 거칠게 표현된 화면 가운데 과일 속 스페인어 ‘ViVA LA ViDA(생명 만세)’가 선명하다. ‘생명 만세’는 화가가 가장 외치고 싶었을 강인한 단어가 아니었을까.

사고의 후유증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된 화가의 안타까운 모성 본능은 작품에서 온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강한 집착과 유대감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