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혁신위의 '공천개혁' 논의
2015년 06월 26일(금) 00:00 가가
이상돈의 '바른소리'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공천 혁신을 중심으로 한 1차 혁신안을 내 놓았다. 당의 비전이나 정책 방향에 대한 혁신을 젖혀 두고 공천 문제를 먼저 제기한 셈인데, 그 점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수 있다. 오늘날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는 공천 때문만은 아니며, 공천 문제가 나오게 되면 다른 문제는 묻혀 버리기 때문이다. 총선이 앞으로 9개월이나 남았는데 공천 제도를 두고 당이 백가쟁명을 벌이는 것이 현명한가 하는 문제도 있다.
기복이 많았던 근래의 우리나라 정당사를 보면 공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큼을 알게 된다. 공천은 요즘 들어서 더욱 중요하게 됐다. 우리나라 정치가 양대 정당으로 고착돼서 제3당이나 신당이 등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세금으로 정당 운영을 보조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양대 정당이 상당한 기득권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 공천을 상향식으로 한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와 광역단체장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제도가 확립되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후보 선출과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선출에 관해서는 운영의 여지가 많다.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 후보를 선출하는 단위는 작기 때문에 여론조사 자체가 왜곡되거나 조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작은 단위에선 당원과 대의원 투표가 조직력과 돈에 의해 움직여질 수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우세지역에선 이 같은 불법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경선 규칙을 다시 짜야 할 형편이다. 김상곤 혁신위원회는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평가 제도를 도입해서 막말 등 해당행위를 평가항목에 포함하는 교체지수를 도입키로 했다고 전해진다.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를 당규에 규정하고, 그 위원 중 다수를 외부위원으로 하며 당과 국민의 삶에 기여한 정도, 당 지지도와 선출직 공직자 지지도 등을 고려한 교체지수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한다면 ‘컷 오프’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김상곤 위원회의 공천개혁안은 필자가 참여했던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검토했거나 채택했던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는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당원이나 일반 유권자들이 참고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한다.
현역의원에 대한 교체지수는 유권자를 상대로 당 지지도와 현역의원 지지도를 물어서 그 격차를 기준으로 하는 상대적 평가방식, 그리고 현역의원에 대한 평가를 유권자에게 물어 보는 절대적 평가방식이 있다. 상대적 평가방식은 우세지구 현역의원에게 불리하고 절대적 평가방식은 경합지구 현역의원에게 불리하다.
김상곤 위원회는 당 지지도와 현역의원 지지도를 물어서 그 격차가 큰 의원부터 컷 오프를 하는 상대적 평가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호남의 현역의원이 컷 오프에 걸려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교체지수를 개발해서 현역의원을 컷 오프한다는 발상은 해당 의원의 경선 참여를 아예 봉쇄하기 때문에 상향식 공천제의 본질과 배치된다고 하겠다.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에서는 현역의원에 대한 절대평가 여론조사를 해서 하위 25%를 컷 오프한 바 있다. 시간과 예산상 제약으로 단 1회의 여론조사로 컷 오프를 했기 때문에 신뢰성을 두고 말이 있었다. 커트라인 근처에 걸려서 희비가 엇갈린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절대평가로 한 덕분에 경북·대구 지역에서는 탈락자가 나오지 않았고, 당시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민심이 나빴던 부산에서 탈락자가 많이 나왔다. 컷 오프에서 살아난 현역의원을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다시 탈락시킨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분열되지 않고 2012년 총선을 치를 수 있었는데, 친이 세력이 국정운영에 실패했음을 인정했을 뿐더러 당 전체에 박근혜 위원장 중심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의 패권이 구세력에서 신세력으로 바뀌었지만 이에 대해서 구세력이 수긍을 했다는 말이다.
이 점에서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은 2012년의 새누리당과 많이 다르다.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는 있지만 개혁 방향에 대해선 공감대가 없는 것이다. 특히 호남에서 굳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공천 혁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중앙대 명예교수>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 공천을 상향식으로 한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 후보와 광역단체장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제도가 확립되어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후보 선출과 기초자치단체장 후보 선출에 관해서는 운영의 여지가 많다.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 후보를 선출하는 단위는 작기 때문에 여론조사 자체가 왜곡되거나 조작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작은 단위에선 당원과 대의원 투표가 조직력과 돈에 의해 움직여질 수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우세지역에선 이 같은 불법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역의원에 대한 교체지수는 유권자를 상대로 당 지지도와 현역의원 지지도를 물어서 그 격차를 기준으로 하는 상대적 평가방식, 그리고 현역의원에 대한 평가를 유권자에게 물어 보는 절대적 평가방식이 있다. 상대적 평가방식은 우세지구 현역의원에게 불리하고 절대적 평가방식은 경합지구 현역의원에게 불리하다.
김상곤 위원회는 당 지지도와 현역의원 지지도를 물어서 그 격차가 큰 의원부터 컷 오프를 하는 상대적 평가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호남의 현역의원이 컷 오프에 걸려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교체지수를 개발해서 현역의원을 컷 오프한다는 발상은 해당 의원의 경선 참여를 아예 봉쇄하기 때문에 상향식 공천제의 본질과 배치된다고 하겠다.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에서는 현역의원에 대한 절대평가 여론조사를 해서 하위 25%를 컷 오프한 바 있다. 시간과 예산상 제약으로 단 1회의 여론조사로 컷 오프를 했기 때문에 신뢰성을 두고 말이 있었다. 커트라인 근처에 걸려서 희비가 엇갈린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절대평가로 한 덕분에 경북·대구 지역에서는 탈락자가 나오지 않았고, 당시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민심이 나빴던 부산에서 탈락자가 많이 나왔다. 컷 오프에서 살아난 현역의원을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다시 탈락시킨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분열되지 않고 2012년 총선을 치를 수 있었는데, 친이 세력이 국정운영에 실패했음을 인정했을 뿐더러 당 전체에 박근혜 위원장 중심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의 패권이 구세력에서 신세력으로 바뀌었지만 이에 대해서 구세력이 수긍을 했다는 말이다.
이 점에서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은 2012년의 새누리당과 많이 다르다.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는 있지만 개혁 방향에 대해선 공감대가 없는 것이다. 특히 호남에서 굳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을 받을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공천 혁신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중앙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