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창궐하고 있다. 어느새 사망자만 30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방역은 속수무책이고 시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단 한 가지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기본’이다. ‘기본만 지키면 본전은 찾는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은 격언이다. 그리고 기본을 지키지 않은 대가로 한국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더욱 무서운 건 앞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메르스에 대한 초동대처를 보면 한국이 정말 그토록 경제대국을 자처하며 선진국임을 자신하는 국가가 맞나 싶다. 대표적인 잘못된 대처로 여행자들의 중동 방문 이력을 꼼꼼하게 살펴보지도 않은 점, 메르스 환자에 대한 즉각적인 격리 및 방문과 이동 경로를 추적해 접촉자들 모두를 격리하지 않은 점, 감염 의심자들에 대한 느슨한 격리, 시민 불안을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 모두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행동들이다. 그 결과 지금 메르스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격리 대상조차 모두 파악할 수 없게 됐다. 한 마디로 전국토가 아수라장이 되고 있다.

불과 1년 전에 우리는 수 백 명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바다에 수장되는 걸 지켜보았다. 그리고 전 국민에게 세월호는 트라우마로 각인됐다. 세월호 참사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대가였다. 공무원과 기업이 유착하면서 범법 행위를 용인했고, 감독 기관조차 방관했었다. 그런 참사를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했으니 이 정도면 감히 망국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정부의 대응은 한결 같다. 세월호 참사 직후 정부 비판과 유언비어 확산을 막는데 골몰하더니 지금까지도 참사를 낳은 근본 원인을 해결하라는 목소리에 올가미를 씌우고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응대하고 있다. 지금은 어떠한가. 메르스는 확산되고 있는데 국민을 안심시키고 방역에 적극 나서기도 전에 유언비어 유포자를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엄포가 나왔다.

이쯤 되면 현 정부의 기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기본과 다르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정치적으로 불리한 여론이 퍼지지 않게 하는 게 모든 일의 가장 우선순위이자 기본인 듯하다. 그래야만 메르스와 싸우는 대신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국민들과 싸우는 지금의 모습이 설명이 된다.

사실 전염병에 대한 유언비어는 병에 대한 심각성과 정보의 부재성에 정비례한다. 메르스의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상태에서 정부가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비밀에 부쳤을 때 각종 루머가 많이 나돌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병의 심각성은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제공함으로써 유언비어의 확산을 감소시킬 수 있다.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사람들을 처벌한다고 국민들의 불안감이 사그라드는 게 아니라 정보를 공개했을 때 시민들이 오히려 안심하고 스스로 정확한 대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기본이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중 사스가 발생했을 때 인접국가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한국 또한 사스 불안감에 시달렸었지만 3명의 추정환자를 낳는데 그쳤다. 이 때 얼마나 한국이 사스 방역을 잘했던지 한국의 김치가 사스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유언비어 아닌 유언비어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을 정도였다. 이 때 사스 방역 과정을 보면 기본에 매우 충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그 때의 방역 매뉴얼은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