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수록 우리 인생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음미체’라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에는 국영수가 중요했겠지만, 우리 삶에 여흥과 휴식과 위안을 주는 것은 어쩌면 결국 음악, 미술, 체육 활동일 것이다.

특히 지적인 활동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인류가 자부할수록, 역설적으로 몸을 사용하는 일은 그만큼 더 소홀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체력을 연마해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는 스포츠는 각별한 감동의 대상이다. 스포츠 스타들에게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5년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7월3일∼14일) 개막이 다가오자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의 경기모습을 우리 지역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반가워진다. 개인적으로는 ‘도마의 신’ 양학선의 체조경기를 꼭 관람하고 싶다. 구름판을 밟고 도마를 짚은 뒤 앞으로 돌아서 뛰어올라 몸을 곧게 편 상태로 세 바퀴, 즉 1080도를 비틀어 내려오는 연기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얼마만큼 반복해서 훈련했을까? 중력을 거스르는 초인적인 기교 너머에 선수가 쏟았을 땀, 수고, 눈물, 열정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기원전 5세기 경 그리스미술에는 건강한 육체미를 지닌 남성누드가 자주 등장한다. 운동선수의 모습이 많은데 달리기, 레슬링 등 체육활동이 그리스 교육의 필수요소였고 남자가 공공장소에서 나체로 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당시 활동했던 조각가 미론(Myron)은 ‘전속력으로 뛰어가는’ 단거리 선수를 청동상으로 표현했다고도 한다. 비록 이 청동상은 전해지지 않지만, 미론이 제작한 ‘원반 던지는 사람’(기원전 450년 경)의 청동 원작 대신 로마시대에 대리석 복제본이 전해지고 있어 운동 동작의 순간을 절묘하게 형상화한 그의 뛰어난 능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원반 던지는 사람’은 더 큰 힘으로 원반을 던지기 위해 몸을 굽혀 팔을 위로 돌리고 있다. 박진감 넘치는 동작, 정신과 육체가 하나 되는 찰나에서 아름다운 육체미의 절정을 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