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개막된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는 ‘미술 올림픽’이라는 명성답게 세계 미술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백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베니스비엔날레’는 1895년 이탈리아 국왕 움베르토 1세와 마르게리타 왕비의 은혼식을 기념하여 창설된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베니스는 비엔날레가 개최되기 훨씬 이전부터 그림으로 뒤덮인 도시였다. 광주비엔날레가 예향의 토대인 남종화의 고향 광주에서 태동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미술사에서 르네상스 시기의 베니스는 피렌체와 비견되는 뚜렷한 회화적 특징을 지닌 화풍이 형성된 곳이다. 피렌체화파가 조형적 형태주의를 중심으로 한 데생실력을 우월한 요소로 꼽았다면, 베니스화파는 풍부한 빛과 색채를 중요한 미학적 이념으로 삼았다. “데생을 잘하면 색채가 필요 없다”고 주장했던 피렌체의 미켈란젤로와, 색채로서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실현하는데 고심참담하여 ‘색채의 신’이라 불렸던 베니스의 티치아노가 대표적이다.

티치아노(1485∼1576)의 작품 ‘성모와 성인들과 페사로 일가’는 베니스의 귀족 페사로가(家)의 주문을 받고 제작한 프라리성당 제단 장식화인데 공간의 구성, 인물의 단계적 배치, 성상화의 간결한 위엄을 서사적 전개로 능숙하게 담아낸 수작으로 꼽힌다. 성 프란체스코와 성모의 왕좌 아래의 계단에 권위의 상징인 열쇠를 앞에 둔 성 베드로가 보이고 페사로는 성모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티치아노의 작품은 그림의 내용을 살피기도 전에 부드럽고 다채로운 색채들로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99세에 세상을 떠난 티치아노는 긴 생애동안 초상화가로서도 큰 명성을 얻었다. 황제 카를 5세의 초상을 그리는 도중에 그가 떨어트린 붓을 황제가 집어줄 정도로 티치아노에게 경의를 표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티치아노의 초상화를 한 곳에 모으면 당시 유럽 명사들의 인명사전이 될 만큼 다채로웠으며 후일 렘브란트, 반 다이크 등이 티치아노의 초상화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