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어디로 가나
2015년 05월 29일(금) 00:00 가가
이상돈의 '바른소리'
새정치민주연합이 심각한 내홍에 휩싸여 있다. 4·29 재보선 참패에 따른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을 둘러싼 논쟁이 이제는 계파 갈등으로 비화되어서 해결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비록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해서 당 혁신방안을 모색한다고 하지만 분당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묘책이 있을 지 알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도와 문재인 대표의 대선 후보 지지도도 20%대로 주저 앉았고, 이대로 가다간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은 해보나 마나 하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이 이렇게 흔들리게 된 계기는 물론 4·29 재보선이다. 하지만 4·29 재보선은 처음부터 야권에 불리한 선거였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재보선이라서 2012년 총선에서 야권 연대를 한 새정치민주연합도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관악을 지역구만은 당선시켜야 한다는 각오로 야권 후보 난립을 막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재보선은 각 지역구가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 상징성 있는 후보를 발굴해서 출전시켜야 했던 것이다. 비노 및 호남 의원들은 이런 점을 들어서 문 대표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 번 전당대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미 두 쪽으로 갈라져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일단 문재인 의원이 대표로 취임한 후에는 새정치민주연합과 문 대표에 대한 지지도가 상승했는데, 이는 여권의 자충수에 힘입은 측면이 있다.
지난 1월에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 대한 평가가 안 좋았고, 얼마 후에 김무성 대표의 수첩 파동으로 ‘십상시’ 존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들을 향해 “직접 보고하고 싶으세요?”라고 묻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고, 수첩 파동으로 풍문으로만 들어오던 ‘십상시’의 존재가 확인된 그 시점에 문재인 의원이 대표로 취임한 것이다.
문 대표는 지지도 상승이 여권에 대한 실망에 힘입은 것임을 알고 반사이익으로 생긴 지지도를 공고히 했어야만 했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광주 서을에서 천정배 의원의 당선을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하는 것은 합당하지만 이를 계기로 ’호남정치의 부활’, 그리고 더 나아가서 ‘호남신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고 허망한 일이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이 살펴야 할 최대의 기반은 호남도 아니고 친노도 아닌 수도권 유권자들이다.
‘선거의 여왕’이란 박근혜 대통령이 전력투구했던 2012년 총선에서도 수도권 유권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새누리당은 강남3구와 성남 분당 같은 부자 동네, 그리고 노령 인구가 많은 도농 복합 지역구에서 주로 승리했다.
반면 야당은 우리 사회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간 계층이 두터운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당 생활을 오래 한, 그렇고 그런 후보 보다는 상큼한 새 인물을 지지한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떨어뜨리고 당선된 신경민 의원, 관록있는 다선 의원과 싸워 당선된 이언주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2년 4·11 총선 때 야당이 신경민, 이언주 같은 후보를 보다 많이 발굴해서 투입하고 정통민주당의 창당을 막았더라면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비노 및 호남 의원들은 4·11 총선도 결국 친노가 주로 공천을 해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유권자들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호남 표를 얻기 위해 전에 없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오늘날 문 대표에 대해 섭섭함을 갖고 있는 호남 민심의 배후에는 지난 대선 때의 보내 준 높은 지지와 그 후의 실망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호남에서 ‘호남정치’니 ‘호남신당’이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은 패착이라고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넘어 서서 세대와 지역, 그리고 이념과 정책에 있어서 외연을 확장하지 않으면 정권을 창출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으며 영남의 인구는 호남에 비해 두 배는 되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결국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수도권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싸늘하지만 친노와 호남에 묶여 있는 야당에 대해서도 가슴을 열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중앙대 명예교수>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이 이렇게 흔들리게 된 계기는 물론 4·29 재보선이다. 하지만 4·29 재보선은 처음부터 야권에 불리한 선거였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의원직 상실로 치러지는 재보선이라서 2012년 총선에서 야권 연대를 한 새정치민주연합도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관악을 지역구만은 당선시켜야 한다는 각오로 야권 후보 난립을 막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재보선은 각 지역구가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고려, 상징성 있는 후보를 발굴해서 출전시켜야 했던 것이다. 비노 및 호남 의원들은 이런 점을 들어서 문 대표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지도 상승이 여권에 대한 실망에 힘입은 것임을 알고 반사이익으로 생긴 지지도를 공고히 했어야만 했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광주 서을에서 천정배 의원의 당선을 ‘친노 패권주의‘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하는 것은 합당하지만 이를 계기로 ’호남정치의 부활’, 그리고 더 나아가서 ‘호남신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고 허망한 일이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이 살펴야 할 최대의 기반은 호남도 아니고 친노도 아닌 수도권 유권자들이다.
‘선거의 여왕’이란 박근혜 대통령이 전력투구했던 2012년 총선에서도 수도권 유권자들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새누리당은 강남3구와 성남 분당 같은 부자 동네, 그리고 노령 인구가 많은 도농 복합 지역구에서 주로 승리했다.
반면 야당은 우리 사회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간 계층이 두터운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수도권 유권자들은 정당 생활을 오래 한, 그렇고 그런 후보 보다는 상큼한 새 인물을 지지한다.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떨어뜨리고 당선된 신경민 의원, 관록있는 다선 의원과 싸워 당선된 이언주 의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2년 4·11 총선 때 야당이 신경민, 이언주 같은 후보를 보다 많이 발굴해서 투입하고 정통민주당의 창당을 막았더라면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비노 및 호남 의원들은 4·11 총선도 결국 친노가 주로 공천을 해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유권자들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은 호남 표를 얻기 위해 전에 없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오늘날 문 대표에 대해 섭섭함을 갖고 있는 호남 민심의 배후에는 지난 대선 때의 보내 준 높은 지지와 그 후의 실망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호남에서 ‘호남정치’니 ‘호남신당’이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은 패착이라고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넘어 서서 세대와 지역, 그리고 이념과 정책에 있어서 외연을 확장하지 않으면 정권을 창출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으며 영남의 인구는 호남에 비해 두 배는 되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결국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수도권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싸늘하지만 친노와 호남에 묶여 있는 야당에 대해서도 가슴을 열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중앙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