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보니 올 봄엔 거의 매주 결혼식장엘 다녀온 것 같다. 친한 친구들 자녀 결혼식도 연이어져 벌써 혼사 챙기는 일이 자연스러운 나이가 되었다는 자각도 든다. 예식장은 언제나 부산하고 하객들로 가득하다. 며칠 전 심각하게 보도되었던 “결혼 너무 안 한다”는 언론의 뉴스도 주말 예식장에서만은 실감나지 않는다.

결혼 제도가 생긴 이래 결혼에 관한 무수히 많은 정의와 명언들이 있어왔지만 결혼을 환상과 동경, 설렘으로 인식한 경우는 드문 것 같다. 결혼의 행복감을 한껏 그림 안에 투영시켜 온 마르크 샤갈(1887∼1985)이 이 계절에 돋보이는 이유다.

샤갈의 ‘에펠탑의 신랑 신부’(1939년 작)는 청년 시절의 연인이자 반려자였던 아내 벨라와의 결혼을 묘사한 작품이다. 신랑 신부를 태우고 에덴동산으로 날아가는 것을 상징하는 수탉, 부케를 든 천사, 촛대를 든 또 다른 천사와 바이올린 연주자인 염소 등이 사랑과 환희, 익살이 넘치는 결혼식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러시아의 변방도시에서 유대인의 아들로 태어난 샤갈은 파리, 베를린을 거쳐 20세기 파리파의 중요한 전위미술가로 활동했으며 만년에는 남프랑스의 밝은 색채에서 생의 광명을 찾고 니스에서 타계했다. 어느 한 자리에 붙박이로 살지 못하고 떠돌아다녀야 하는 유대인의 유랑의식은 은연중 샤갈 예술 속에 깊게 스며들어 무중력의 환상적 풍경으로 표현되었던 것 같다. 물구나무 선 사람, 지붕위의 바이올리니스트, 공중으로 늘 날아갈 듯 떠가는 연인들의 모습은 지상에 살면서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디아스포라로서의 내면 풍경이었을 것이다.

고향에 대한 향수 못지않게 샤갈의 연인에 대한 순정과 사랑의 다짐은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만일 우리들이 부끄럼 없이 사랑이란 말을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예술의 참다운 정신은 사랑에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