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2살의 대학생 1학년이다.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가 많은 이유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 동안 사회생활을 한 뒤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었다. 나이도 있었고,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못하였다. 또한 20살부터 다니던 직장생활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라 혼도 많이 났다.

사회생활에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정답도 없었다. 하지만 매순간 열심히 일했고 그만큼의 값진 경험을 얻었다. 사무 처리와 자동차에 관련된 것들을 많이 배웠다. 돈과 바꿀 수 없는 경험들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대학 진학을 결단하게 된 계기는 꿈 때문이었다. 바로 언어재활사라는 꿈이었다.

나에게는 두명의 동생이 있는데 그 중에 막내 동생이 아프다. 막내 동생은 자폐를 동반한 언어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유치원 시절부터 초등학생인 지금까지 언어치료와 미술치료 외에 많은 치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치료를 통하여 점점 나아지고 있다. 만약 동생이 언어치료를 받고 효과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직장을 다녔을테고, 대학에는 진학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생이 많은 치료효과를 보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나는 점점 언어재활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꼈다.

난 항상 내 동생만 아픈 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동생처럼 아픈 아이들은 물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많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보았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 언어재활사의 꿈을 언제까지 미룰 수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회사 동료들에게 내 사정을 설명했고, 그들은 흔쾌히 사직을 허락했다. 또한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며 격려도 해 줬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격려를 받고 남부대학교 언어치료청각학과에 지원하였다.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남부대학교 언어치료청각학과에서는 언어재활사 외에 청능사가 되기 위한 과정도 교육해 주고 있다.

언어재활사는 언어발달에 문제가 있어 기질적 또는 단순한 언어지체를 보이는 언어발달장애, 발음이 부정확하거나 특정 발음을 못하거나 다른 발음으로 말하는 조음장애, 목소리에 문제가 생기는 음성장애, 말더듬, 뇌의 언어 중추 또는 신경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신경말·언어장애, 청력손실로 언어발달이 지체되는 청각언어장애를 치료하는 직업이다. 언어재활사 자격증은 1급과 2급으로 나뉘는데, 대학에서 관련분야를 전공하고 졸업해야 국가자격증 2급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1급은 2급 언어재활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으로서 언어재활기관에서 3년이상 또는 대학원에서 관련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언어재활기관에서 1년이상 재직한 사람에게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청능사는 고령화 사회에서 난청(듣기능력 저하)인구의 증가로 국내 청각전문가의 기반이 되는 청각학의 도입이 요구되면서 도입된 자격증이다. 청각학을 기반으로 병·의원에서 청능 평가를 하거나, 청각센터에서 보청기·인공와우 등을 그 사람에 청력에 맞게 조절해주는 일, 그리고 청능재활훈련도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청각관련 최고의 전문 자격증이다.

합격 통지를 받고 이제는 나보다 두 살이 어린 친구들과 대학을 다녀야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나를 불편해 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예상보다 순탄했다. 같은 학년들과 잘 어울리고 있으며, 직장생활을 하며 사회의 질서와 예의를 배운 덕분에 선배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대학도 사회의 축소판인 것 같다. 사회나 대학이나 직위나 계급(학년)으로 따지기 때문에 비슷한 점도 많았다.

나는 지금 대학본부에서 업무보조를 하며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있다. 이 일에도 직장생활을 할 때 사무직으로 일을 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내가 했던 일들이 이렇게 밑바탕이 되어 점점 더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내 자신과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말하고 싶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은 그것이 힘들고 하찮게 여겨져도 경험이고, 쓸 데 없는 경험은 없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