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즈음이어선지 돌아가신 친정엄마 생각이 자주 난다. 눈길에 넘어지신 후 다친 허리로 꽤 불편해하셨던 엄마는 지팡이의 도움을 한사코 거부하셨다. “노인 티가 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신체의 쇠약과 더불어 한 발 한 발 떼는 게 힘겨워진 상황이 몹시 자존심 상하신 듯하다.

불효자식은 엄마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흔들의자를 선물했다. 헌신과 희생의 엄마지만 가슴엔 낭만이 가득했다. 샹송이나 칸초네도 좋아했고 그 흔들의자에 앉아 오래전 산레모가요제 입상곡인 쟈니 도렐리의 ‘리멘시타(눈물 속에 피는 꽃)’를 들으시며 행복해 하곤 하셨다. 흔들의자를 보거나 요즘사람들이 잘 듣지 않게 된 ‘리멘시타’를 듣는 날이면 엄마가 내 곁에 와 계시다는 강한 느낌이 든다.

지난해 개인전에 소개된 정송규 작가(1944∼ )의 작품 ‘나의 친구’(2012년 작)를 처음 본 순간 여러 상념이 밀려들었던 기억이 난다. 50여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인체와 모정, 우리 전통의 조각보에서 기원한 화사하면서도 단순한 채색과 조형의 세계를 펼쳐오고 있는 작가의 많은 작품들을 알고 있지만 이 한 점의 작품 앞에서 유독 발걸음이 멈춰졌다. 엄마의 마지막 친구였던 흔들의자가 겹쳐져서 였다.

작가는 30여 년 전 구입한 소파가 낡고 닳아졌지만 버릴 수가 없어 골방에 두고 팔레트의 남은 물감으로 한 점 한 점 찍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이라고 한다. 작은 점들은 작가 자신의 삶과 그 시간들의 집적이었으리라. 작가는 지금도 그 의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낡은 의자에 위로의 감성을 입혀낸 정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마티스의 ‘안락의자론’을 새겨본다. 마티스는 ‘화가에 대한 논고’에서 “미술이란 걱정 근심 없이 편안하게 머리를 누일 수 있는 안락의자여야 한다”고 정의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