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의 함정
2015년 04월 24일(금) 00:00 가가
박경철의 '오디세이아'
한고비를 넘긴듯하던 그리스 경제위기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집행한 EU와 IMF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스 국채에 투자한 유럽 은행들의 위기감도 같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경제 입장에서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도 미국 금융당국이 투자은행 하나를 파산시키면서 벌어졌다. 처음 미국 금융당국은 부실은행 한 곳을 처리한다는 안일한 판단을 했지만, 서로 얽히고설킨 국제금융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전 세계적 위기로 이어진 때문이다.
그리스 역시 같은 문제, 나아가서는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공포가 드리워진 이유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유로존에서 부실한 재정을 가진 빚더미 국가 하나를 파산시키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은행 하나의 위기가 전세계를 위기로 몰고간 것이 금융시장인데, 유로존의 주요 국가 하나가 파산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크다.
그리스는 이점을 잘 활용 내지는 악용하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국가들은 바로 이점 때문에 더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제 3자가 보기에도 그리스 쪽의 ‘배 째라’식 대응이 얄미워보인다. 갚아야 할 돈은 갚지 않으면서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빌려달라는 뻔뻔함은 둘째치고, 지난번 총선에서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경우에 따라 유로존 탈퇴를 불사하겠다는 신생 정당을 집권당으로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이런 그리스는 대체 왜 이렇게 뻔뻔한 대응을 하는 것일까?. 진짜 그리스는 양심도 없는 철면피일까? 여기에는 간단치 않은 배경이 숨어있다. 우선 그리스문제의 핵심은 유로존 가입에서 비롯된 것이다. 처음 유로존 단일통화를 구상할 때 경제력이 큰 독일이 주도할 것을 염려한 프랑스 등 다른 국가들이 억지로 자격이 부족한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을 무리하게 가입시킨 것이 제일 큰 원인이다.
그리스는 자체의 체력으로는 금리가 유럽 평균보다 높아야 정상이지만, 금리 조절기능을 유럽중앙은행에 위임한 탓에 적절한 수준 이하의 금리로 자금을 융통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금리를 낮춰주며 ‘전화 한 통에 빌려준다’는 대부업체처럼 그리스에 저금리 자금을 빌려주며 돈놀이에 몰두했고, 그리스는 저금리로 조달된 자금들로 흥청망청하다가 무너진 것이다.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은, 싸게 빌려준다는 독일이라는 대부업체의 유혹에 넘어가 그 돈으로 집을 산 사람과 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니 그리스는 좋은 조건으로 유로존에 가입시킬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강퍅한 기준을 내세워 공공자산을 헐값에 가져가려 한다는 피해의식이 있고, 독일은 돈 빌려 투기하다 망하고는 나 몰라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물론 두 개의 기차는 충돌을 원치 않는다. 독일은 떼이기에는 너무 큰 돈을 빌려준 셈이고, 그리스는 빚 갚으려고 집까지 팔고 길거리에 나 앉을 수는 없는 처지니 그렇다. 결국, 해법은 타협뿐이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되면 세계 경제에 치명상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서 얻는 우리의 교훈이다.
우리나라는 금리결정권을 한국은행이 가진다. 손쉬운 수단인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본성을 막는 장치가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기능인 때문이다. 한데 지금 우리나라는 마치 중앙은행 총재가 재정기획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듯한 모양새다.
지난번 금리인하 때도 노골적으로 인하를 압박하더니, 급기야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우리까지 올릴 필요는 없다는 장관의 발언까지 나왔다.
이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가는 차치하고 지금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자.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투기가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권시장의 활황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회복되지 않거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든지 혹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팔라지며 우리도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일어날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리스가 저금리 자금으로 무너진 전철을 우리가 밟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금리정책은 신중해야한다.
올리든 내리든 판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결정권에 정부가 개입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 이유다.
<지식나눔네트워크 대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도 미국 금융당국이 투자은행 하나를 파산시키면서 벌어졌다. 처음 미국 금융당국은 부실은행 한 곳을 처리한다는 안일한 판단을 했지만, 서로 얽히고설킨 국제금융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전 세계적 위기로 이어진 때문이다.
그리스는 이점을 잘 활용 내지는 악용하고 있고,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국가들은 바로 이점 때문에 더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제 3자가 보기에도 그리스 쪽의 ‘배 째라’식 대응이 얄미워보인다. 갚아야 할 돈은 갚지 않으면서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빌려달라는 뻔뻔함은 둘째치고, 지난번 총선에서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경우에 따라 유로존 탈퇴를 불사하겠다는 신생 정당을 집권당으로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가입은, 싸게 빌려준다는 독일이라는 대부업체의 유혹에 넘어가 그 돈으로 집을 산 사람과 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니 그리스는 좋은 조건으로 유로존에 가입시킬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강퍅한 기준을 내세워 공공자산을 헐값에 가져가려 한다는 피해의식이 있고, 독일은 돈 빌려 투기하다 망하고는 나 몰라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물론 두 개의 기차는 충돌을 원치 않는다. 독일은 떼이기에는 너무 큰 돈을 빌려준 셈이고, 그리스는 빚 갚으려고 집까지 팔고 길거리에 나 앉을 수는 없는 처지니 그렇다. 결국, 해법은 타협뿐이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지속되면 세계 경제에 치명상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문제는 여기에서 얻는 우리의 교훈이다.
우리나라는 금리결정권을 한국은행이 가진다. 손쉬운 수단인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본성을 막는 장치가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기능인 때문이다. 한데 지금 우리나라는 마치 중앙은행 총재가 재정기획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듯한 모양새다.
지난번 금리인하 때도 노골적으로 인하를 압박하더니, 급기야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우리까지 올릴 필요는 없다는 장관의 발언까지 나왔다.
이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가는 차치하고 지금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자. 경제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사는 투기가 다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권시장의 활황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이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회복되지 않거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든지 혹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팔라지며 우리도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릴 경우 일어날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리스가 저금리 자금으로 무너진 전철을 우리가 밟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금리정책은 신중해야한다.
올리든 내리든 판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결정권에 정부가 개입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 이유다.
<지식나눔네트워크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