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정호승 작 ‘수선화에게’ 중에서〉

봄에 만나는 꽃들은 모두 기적과도 같아 큰 감동을 주지만, 올해는 유독 수선화에 마음이 끌린다. 혹한을 견딘 알뿌리에서 새순과 함께 피어나는 샛노란 꽃망울은 지상에 내려앉은 별이 이렇게 예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인의 노래처럼 수선화는 외로움과 이미지가 겹쳐진다. 수선화 꽃의 유래 때문일 것이다. 나르시스는 신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젊은이로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그곳을 떠나지 못하다가 결국 물에 빠져죽고, 그 자리에 수선화가 피어났다고 전한다.

법의학자 문국진교수는 저서 ‘그림 속 사람의 권리’에서 “외로움의 본질은 다른 이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되는 감정이며 이것이 지나치면 자기 밖에 위할 줄 모르는 인격 장애를 초래하게 되는데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나르시시즘’이라 한다”고 분석한다.

자기애(나르시시즘)의 상징인 나르시스는 서양미술에 자주 등장한다. 영국의 화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1844∼1917)의 ‘에코와 나르시스’(1903년 작)는 나르시스를 사랑했던 에코, 에코를 외면한 채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끌어안으려는 나르시스와 수선화가 한 화면에 어우러져 있다. 자신의 언어를 갖지 못해 사랑의 말을 전하지 못하는 에코도, 자기 이외의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나르시스도, 물가에 앉아있는 수선화도 한없이 외로워 보인다.

“미술은 직관이고, 직관은 표현이다”라고 했던 이탈리아의 역사철학자 크로체의 정의처럼 미술은 직관된 표상을 향한 처절한 표현 의지인 것 같다. 인류의 희로애락과 전설, 숱한 사연들이 화가의 붓끝으로 다채롭게 묘사되는 것을 보면.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