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직업을 묻거나, 전공이 뭐냐고 물었을 때 유아교육과라고 답하면 열에 아홉은 “너는 나중에 애들 때리지 마”라는 말을 듣게 된다. 아동학대 소식이 심심치 않게 뉴스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전에는 유치원교사라고 하면 상냥하고 웃는 얼굴에 아이들과의 행복한 모습이 떠오르는, 여자들의 대표적인 직업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유아교육과를 다니면서 내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명절에 유치원 교사인 친척분이 이 일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수업을 듣다 보면 과목은 다르지만 교수님들께서 종종 얘기하시는 것 중 하나가 이론적인 지식 공부도 중요하지만 실무능력도 중요한 만큼 성적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학생 본연의 일에 성실히 임한다는 것이 전제이기는 하나 그만큼 중요시 되는 것은 올바른 인성과 유치원교사라는 직업에 따른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아이들에게 있어 성장 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영유아기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유치원교사로서 책임감이 막중하다. 또한 다양한 능력이 있어야 하고, 또 다방면에서 활약해야 한다. 아이들을 돌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쓰는 아이들의 개별적인 관찰일지부터 특이사항 체크, 수업준비, 교실 환경정리 및 청소, 학부모와의 관계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눈 깜짝할 새에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아이들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유치원교사는 등에도 눈이 달려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하기에 앞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졸업하기까지 공식적으로는 교육봉사와 학교현장실습을 통해 유치원 현장을 직접 방문하게 되는데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시연을 했을 때에는 준비해간 수업에 따라 친구들이 호응해주고 대답해 주기 때문에 수월했지만 막상 아이들을 상대로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한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과 행동들을 아이들이 따라하고, 교사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떻게 머리모양이 바뀌었는지까지 아이들이 금세 알아차리는 모습을 볼 때면 새삼스레 일의 막중함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하니 나로서는 아이들의 관찰력이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미리 겁을 먹는 것은 좋지 않지만 준비되지 않은 채 현실의 벽에 맞닥뜨렸을 때는 더 무너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시간표를 짤 때 여기저기서 들은 선배들의 말을 듣고 어떻게든 힘든 과목들은 피해보려고 하는 게 대다수의 학생들의 모습인데 실전에 앞서 다양한 경험은 우리에게 득이 될 일이지 절대 실이 될 일은 아니다.

수면위에 떠오른 아동학대, 비단 알려진 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무엇이 그 선생님에게 그런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을 때, 이미 그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책임감을 잃어버린 채 직업적인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물론 어떠한 변명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짓임은 분명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진심어린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며 성실히 일하고 있을 유치원 교사 분들마저 의심받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대학생들도 지금 당장의 힘든 일을 모면하고자 현실을 피하기보다는, 청춘을 낭비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인생의 쓴맛도 맛보고 보람도 느끼면서 스스로 자신의 일에 대한 감사함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