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빌딩, 그 안전대책은 있는가?
2015년 03월 20일(금) 00:00 가가
서윤영의 '집과 사람'
영화 ‘킹콩’에서 킹콩이 금발미녀를 한 손에 쥐고 고층 건물로 올라가는 장면이 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리메이크 되었지만 마지막에는 그 장면이 빠지지 않는다. 1970년대 킹콩이 올라갔던 빌딩은 뉴욕 맨허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1937년 완공 당시 총 102층에 높이는 무려 443미터에 달하는 최고 높이의 빌딩이었다.
이렇듯 초고층 빌딩은 기술력을 과시하고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는 수단이었다. 20세기 초반에는 시카고, 뉴욕 등 미국의 대도시에서 주로 지어지던 초고층 빌딩이 20세기 중후반부터는 한국과 일본, 중국을 비롯하여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 국가와 중동 지역 신흥국가에서 많이 지어지고 있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높은 건물을 뽑자면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빌딩(2010년 완공, 163층, 828미터),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 클락 로열타워(2012년, 120층, 601미터), 대만의 타이페이 101빌딩(2004년, 101층, 509미터),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 센터 빌딩(2008년, 101층, 492미터), 홍콩의 인터내셔널 커머스센터 빌딩(2010년, 118층, 484미터),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 빌딩 (1998년, 88층, 452미터) 등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청계천의 삼일빌딩(1971년), 여의도의 육삼빌딩(1985) 등 31층과 63층의 높이를 자랑하기 위해 이름조차 삼일과 육삼으로 붙인 빌딩을 시작으로 강남대로 일대, 인천 송도 등지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다. 특히 2000년대부터는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주거용 건물도 초고층으로 짓는 추세며, 최근에는 잠실의 제2롯데월드(123층), 부산 해운대의 두산위즈더제니스(80층) 등이 건설 중에 있다.
그런데 건물이 높아질수록 그에 따른 그림자도 길어지듯이 초고층 건물들은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변 건물들은 일조권의 침해를 받고 있으며, 유동인구가 많아져 그 주변은 교통량 증가에 따른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건물을 높이 짓자면 우선 기초공사를 할 때 땅을 깊게 파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지반 약화 등의 문제가 생기고 싱크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대개 높은 건물을 보면 ‘혹시 무너지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하지만, 고층건물에서 위험한 것은 무너지는 것보다 흔들리는 것이다. 건물이 받는 힘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는 수직력과 바람이나 지진 등으로 측면에서 받는 횡압력이 있는데, 건물이 높아질수록 횡압력에 대한 영향이 커진다.
쉬운 예로, 지나치게 길고 곧은 것은 부러지기 쉽다. 그것이 부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버드나무처럼 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려야 하듯, 초고층 건물은 강풍이 불면 바람을 타고 미세하게 흔들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고층건물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다. 영화 ‘타워링’(1977년 작)은 고층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때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 예라 하겠다. 불이 나면 인간은 이성적 사고와 판단능력을 상실하여, 생각지도 못한 돌발행동을 하거나 혹은 평상시의 익숙한 행동이 그대로 나오기도 한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 창문을 열고 무작정 뛰어내린다거나 평소 습관대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대피를 시도하는 것인데,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등 건물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공간은 화재 시에 굴뚝의 역할을 하여 유독가스에 가장 취약하다. 불이 나면 우선 정전이 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허공에 멈추어 서고, 결국 엘리베이터 속 사람들은 허공에 고립된 채 유독가스에 질식되어 숨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초고층 건물들은 화재시에도 작동하는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여 엘리베이터가 정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계단과 엘리베이터에는 기압을 높여 연기 유입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가압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초고층 건물은 도시를 수직으로 세워 쌓아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도시에서 각 집들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소재(벽돌, 콘크리트 등)로 지어야 하며 또한 불이 나도 주위로 쉽게 번지지 않도록 각 건물들은 일정 간격으로 떨어뜨려 짓도록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초고층 건물에서도 불에 잘 타지 않는 내화용 콘크리트의 사용 및 방화피복이 중요하다.
아울러 화재는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큰 불도 실은 작은 불씨 하나로 시작되기 때문에 온도 감지 센서를 곳곳에 설치하여 미리 대비해야 한다.
앞서도 말한 바 있듯 건물이 높아질수록 그 그림자도 함께 길어지는 법이다.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 버린 초고층 건물의 시대, 그림자의 길이를 줄일 수 없다면 최소한 옅게라도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
<건축칼럼니스트>
세계적으로 높은 건물을 뽑자면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 빌딩(2010년 완공, 163층, 828미터), 사우디 아라비아의 메카 클락 로열타워(2012년, 120층, 601미터), 대만의 타이페이 101빌딩(2004년, 101층, 509미터),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 센터 빌딩(2008년, 101층, 492미터), 홍콩의 인터내셔널 커머스센터 빌딩(2010년, 118층, 484미터),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 빌딩 (1998년, 88층, 452미터) 등이다.
대개 높은 건물을 보면 ‘혹시 무너지지는 않을까?’ 라는 걱정을 하지만, 고층건물에서 위험한 것은 무너지는 것보다 흔들리는 것이다. 건물이 받는 힘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누르는 수직력과 바람이나 지진 등으로 측면에서 받는 횡압력이 있는데, 건물이 높아질수록 횡압력에 대한 영향이 커진다.
쉬운 예로, 지나치게 길고 곧은 것은 부러지기 쉽다. 그것이 부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버드나무처럼 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려야 하듯, 초고층 건물은 강풍이 불면 바람을 타고 미세하게 흔들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고층건물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다. 영화 ‘타워링’(1977년 작)은 고층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때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 예라 하겠다. 불이 나면 인간은 이성적 사고와 판단능력을 상실하여, 생각지도 못한 돌발행동을 하거나 혹은 평상시의 익숙한 행동이 그대로 나오기도 한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생각에 창문을 열고 무작정 뛰어내린다거나 평소 습관대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대피를 시도하는 것인데,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등 건물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공간은 화재 시에 굴뚝의 역할을 하여 유독가스에 가장 취약하다. 불이 나면 우선 정전이 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허공에 멈추어 서고, 결국 엘리베이터 속 사람들은 허공에 고립된 채 유독가스에 질식되어 숨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초고층 건물들은 화재시에도 작동하는 자체 발전기를 가동하여 엘리베이터가 정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계단과 엘리베이터에는 기압을 높여 연기 유입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가압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초고층 건물은 도시를 수직으로 세워 쌓아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도시에서 각 집들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소재(벽돌, 콘크리트 등)로 지어야 하며 또한 불이 나도 주위로 쉽게 번지지 않도록 각 건물들은 일정 간격으로 떨어뜨려 짓도록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초고층 건물에서도 불에 잘 타지 않는 내화용 콘크리트의 사용 및 방화피복이 중요하다.
아울러 화재는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하다. 큰 불도 실은 작은 불씨 하나로 시작되기 때문에 온도 감지 센서를 곳곳에 설치하여 미리 대비해야 한다.
앞서도 말한 바 있듯 건물이 높아질수록 그 그림자도 함께 길어지는 법이다.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 버린 초고층 건물의 시대, 그림자의 길이를 줄일 수 없다면 최소한 옅게라도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
<건축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