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주택, 그 이름은 빌라
2015년 02월 13일(금) 00:00 가가
서윤영의 '집과 사람'
요즘 전세가의 상승비율이 매우 높다. 우리의 주택시장은 처음에는 월세로 시작하여 어느 정도 돈을 모아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고 그 후 내집 마련을 하는 것이 대체적인 수순이었다. 전세에 산다는 것은 내집 마련의 전 단계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집값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집을 사기보다는 얼마 동안 전세로 살면서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이른바 대기수요가 증가하였고, 그것이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하지만 아파트의 값은 내려도 그저 조금만 내릴 뿐 여전히 비싸기만 해서 전세 거주자가 인근의 빌라를 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빌라라고 하는 것은 아파트에 비해 무언가 미흡하고 그래서 집값이 조금 저렴한 것이 현실이니 그 이유는 무엇인가.
흔히 빌라 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이는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건축법상으로는 다세대주택에 해당하며, 1990년대 대도시와 신흥도시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주거유형이다.
한편, 이촌향도의 시기였던 1960∼70년대 농촌을 떠나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에는 셋방살이가 크게 유행했다. 양옥집이나 개량 한옥에서 한두 개 방을 빌려 사용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본래 한 채의 집이던 곳을 셋방식구들과 함께 살자니 화장실과 주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는 처음부터 세를 줄 생각으로 2층 집을 지으면서 아예 주방과 화장실을 층별로 따로 주고 계단 역시 외부에서 출입이 쉽도록 만든 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세를 더 받을 요량으로 지하의 보일러실을 개조하여 반지하 셋방을 만들고 또한 옥상을 개조하여 옥탑방을 들이기도 했다. 사실상 4층 집을 만드는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본래 1층에 전세 가구자가 살고 2층에 주인이 살던 집이었는데 1층을 반으로 쪼개면 전세를 한 집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혹은 3층 집을 지어 주인은 3층에 살면서 1층에 두 가구, 2층에 두 가구씩 세를 주는 집도 생겨났다.
그리하여 1980년대 도시의 골목길마다 반지하와 옥탑방이 있는 3층 집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지하와 옥상에 사람이 사는 방을 들이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그러나 합법과 편법의 경계는 모호했고 무엇보다 살 집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1990년대 초반 이를 양성화한 것이 다가구 주택 및 다세대 주택이다. 현재 다가구 주택은 단독주택으로 분류되어 임대만 가능할 뿐 개별 등기와 개별 매매가 불가능한 반면, 다세대 주택은 공동주택으로 분류되어 각 세대별로 개별 등기와 매매가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이 둘은 명확한 구분없이 그저 ‘빌라’로 통칭되고 또한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비해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주택은 크게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양분되며 공동주택은 또한 다세대, 연립, 아파트로 세분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인들이 가장 희망하는 주거형태는 단독주택이며, 또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은 아파트이다. 이렇게 된 데는 해방 후 꾸준히 진행된 정부의 주택정책이 한 몫을 한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땅값이 비교적 저렴해서 대도시에 단독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점차 도시의 땅값이 비싸지면서 전원주택이 그 대안으로 유행했다. 이제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겨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것은 일부 부유층에 한정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한편 정부가 주도한 것은 주로 아파트였다. 과거에는 주택공사(현 토지주택공사의 전신)를 통하여 주공아파트를 지어 분양했고 대형 건설사 역시 00건설이라는 회사명이 그대로 붙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다. 즉 단독주택은 고급주택이요, 아파트는 중산층주택이라는 이분법이 성립하면서 그 아래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이러한 틈새를 파고든 것이 개인사업자들이 지은 다세대·다가구 주택, 일명 빌라였다.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이 급히 짓던 주택이다 보니 더러 날림공사도 있었고, 주차를 비롯한 여타 생활환경도 열악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1990년대 부족한 주택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다세대, 다가구 양성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주차와 일조권을 비롯한 일부 규정을 대폭 완화해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열악한 주거환경을 유발했고 빌라란 곧 서민주거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빌라라는 주거유형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일례로 예전에는 고급빌라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지금은 타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것들이 바로 다가구 주택들이다. 어느 것이나 처음부터 나쁜 주거유형은 없다. 다만 그것을 운영하는 제도가 잘못되었을 뿐이다.
<건축칼럼니스트>
흔히 빌라 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이는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건축법상으로는 다세대주택에 해당하며, 1990년대 대도시와 신흥도시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주거유형이다.
한편, 이촌향도의 시기였던 1960∼70년대 농촌을 떠나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도시에는 셋방살이가 크게 유행했다. 양옥집이나 개량 한옥에서 한두 개 방을 빌려 사용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본래 한 채의 집이던 곳을 셋방식구들과 함께 살자니 화장실과 주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몹시 불편했다.
그리하여 1980년대 도시의 골목길마다 반지하와 옥탑방이 있는 3층 집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지하와 옥상에 사람이 사는 방을 들이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그러나 합법과 편법의 경계는 모호했고 무엇보다 살 집은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1990년대 초반 이를 양성화한 것이 다가구 주택 및 다세대 주택이다. 현재 다가구 주택은 단독주택으로 분류되어 임대만 가능할 뿐 개별 등기와 개별 매매가 불가능한 반면, 다세대 주택은 공동주택으로 분류되어 각 세대별로 개별 등기와 매매가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이 둘은 명확한 구분없이 그저 ‘빌라’로 통칭되고 또한 아파트나 단독주택에 비해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주택은 크게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양분되며 공동주택은 또한 다세대, 연립, 아파트로 세분된다. 그런데 현재 한국인들이 가장 희망하는 주거형태는 단독주택이며, 또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은 아파트이다. 이렇게 된 데는 해방 후 꾸준히 진행된 정부의 주택정책이 한 몫을 한다.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땅값이 비교적 저렴해서 대도시에 단독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점차 도시의 땅값이 비싸지면서 전원주택이 그 대안으로 유행했다. 이제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겨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직접 짓는 것은 일부 부유층에 한정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한편 정부가 주도한 것은 주로 아파트였다. 과거에는 주택공사(현 토지주택공사의 전신)를 통하여 주공아파트를 지어 분양했고 대형 건설사 역시 00건설이라는 회사명이 그대로 붙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했다. 즉 단독주택은 고급주택이요, 아파트는 중산층주택이라는 이분법이 성립하면서 그 아래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이러한 틈새를 파고든 것이 개인사업자들이 지은 다세대·다가구 주택, 일명 빌라였다. 영세한 개인사업자들이 급히 짓던 주택이다 보니 더러 날림공사도 있었고, 주차를 비롯한 여타 생활환경도 열악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1990년대 부족한 주택사정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다세대, 다가구 양성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주차와 일조권을 비롯한 일부 규정을 대폭 완화해주었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열악한 주거환경을 유발했고 빌라란 곧 서민주거라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빌라라는 주거유형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일례로 예전에는 고급빌라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지금은 타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것들이 바로 다가구 주택들이다. 어느 것이나 처음부터 나쁜 주거유형은 없다. 다만 그것을 운영하는 제도가 잘못되었을 뿐이다.
<건축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