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허전하다. 오랜 친구를 힘들게 떠나보내서다. 새벽 공복의 담배 한 대는 수십 년 친구였다. 건강에 나쁜 것은 알고 있었다. 하나, 타들어가는 빨간 담뱃불과 허공으로 사라지는 회색빛 연기에 쓰디쓴 기억들을 태우고 날려 보낼 수 있어 하루의 시작은 충분히 행복했다.

이제 그를 보낸 지 얼추 한 달, 어찌 아침이 허허롭지 않을까. 떠나보낸 친구가 그립다. 하지만, 이번만은 참아내기로 했다. 미련 없이 보내주기로 했다. 담뱃세가 미워서다.

국가가 자기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복지사회를 꿈꾼다면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모범적인 복지국가들은 하나같이 세금을 많이 걷는다. 북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들이 대표적이다. 반면 복지가 미비한 국가일수록 조세부담률이 낮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을 밑돈다. 그러니 복지 국가의 꿈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국민에게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가장 큰 이유는 기득권이 세금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하는 게 현대의 세금 체계이다. 그러니 한사코 반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심지어 기존 세금을 깎아버리기까지 한다. 이명박 정권 시절의 ‘부자 감세’가 대표적이다.

나라를 망치는 정권은 세금을 줄여 인심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국가의 곳간은 점차 비어가고 빚만 쌓인다. 국가 운영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어디선가 구멍 난 세수를 채워 넣어야 한다. 이때 간접세가 표적이 된다. 일반적으로 간접세는 ‘본인’이 세금을 내는지를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담하게 된다.

일상을 산다는 건 간접세를 낸다는 것과 동의어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자동차 기름을 넣을 때 우린 세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보통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니 슬그머니 간접세를 올려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잊히기 일쑤다. 조세 저항이 미미하니 증세 시 최우선의 고려 대상이 된다.

한데, 간접세는 치명적 독을 품고 있다. 골고루 잘 사는 세상의 방해물로 작용한다. 복지국가는 ‘부의 재분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 수단이 바로 세금이다.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에게 그것을 나눠주는 게 국가 운영의 중요한 한 축이다. 이게 바로 국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경제민주화다.

한데 간접세는 부의 재분배 기능의 거의 없다. 오히려 반대로 작용한다. ‘부익부 빈익빈’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담배소비세’가 좋은 예다. 담배 한 값을 살 때 누구나 같은 금액의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일견 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속을 파보면 불평등의 원천이다. 담뱃값으로 월 10만 원을 지출한다고 가정해보자. 월 100만 원을 버는 사람과 1000만 원 소득자에게 10만 원은 같은 돈이라 할 수 없다. 100만 원 소득자에겐 10%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1000만 원 소득자에겐 1%에 불과하다.

간접세는 역 누진 개념이 적용된다. 많이 벌수록 소득 대비 세금을 덜 내고 적게 벌수록 세금을 더 내는 구조이다. 공평하지 않다. 게다가 고소득층보다 서민층의 흡연율이 높다. 따라서 담배소비세는 주로 서민층에 부과되며 그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부담하는 대표적인 간접세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유난히 간접세 비중이 높다. 이걸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이명박 정권은 부자 감세를 통해 소수에 불과한 기득권의 세금을 깎아줬다. 물론 직접세다. 그렇게 구멍 난 세수는 누가 부담한 걸까. 한사코 증세는 없다던 현 정권은 간접세를 올리고 빚을 내 충당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민들이 부담하고 있다.

조세 정의란 공평한 세금 부과에서 시작된다. 헌데, 부자들의 세금을 올리는 걸 두려워하면서 서민들의 지갑만을 노리는 건 공정하지 않다. 직접세가 아닌 간접세를 통해 증세를 꾀하는 건 경제민주화에 반한다. 부의 불균형만을 심화시킬 뿐이다.

그러니 담배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정확히는 불공평한 세금이 밉다. 조세저항이라 해도 좋다. 공정하지 않은 일에 일조하기 싫다. 담배를 보낼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