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의 안타까운 '영업'
2015년 02월 03일(화) 00:00 가가
[신재선 전남대학교 산업공학과 2학년]
찝찝했다. 교문 밖에 자리 잡은 한 환경보호단체가 후원회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자판 위에 서류를 늘어놓고 원자력의 위험을 강조하며 학생들을 잡아채는 모습 속에서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약간의 찝찝함에 목에 뭐가 걸린 듯 집에 오는 내내 꺼림칙했다. 익숙한 풍경인 듯 싶은데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할까.
얼마 지나지 않아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비정부 조직)들이 마케팅업체들을 동원해서 모금 활동을 한다는 기사를 읽게 됐다. 후원회원을 데리고 오면 약정된 1회 단위 후원금의 4배를 마케팅업체가, 2배를 홍보직원이 가져간다고 한다. 만약 1년 동안 후원을 했다면 반 년 동안의 후원금은 마케팅업체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제야 마음이 꺼림칙했던 이유를 알았다. NGO가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NGO들이 모금 활동에 마케팅업체를 동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적인 업체가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효율성은 분명 중요하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확보한 재정은 NGO가 목표하는 결과를 이뤄내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효율성과 함께 놓쳐서는 안 될 개념이 바로 합리성이다. 합리성은 어떤 행위가 목표 달성에 적절한 수단인지를 가늠하게 해 준다. NGO가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제대로 이뤄내기 위해서 잊지 말아야 할 논리는 합리성이다. ‘영업사원’을 내세운 일부 NGO들은 지금, 합리성의 가치를 간과하고 있다. NGO는 순수성과 신뢰성이라는 핵심 가치 위에 존재한다. 하지만 마케팅업체와 얽힌 다음부터는 순수성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순수한’ 마음으로 후원한 사람들의 소중한 정성은 마케팅업체와 홍보 직원을 고용하는데 쓰이고, 또 그들은 들어간 비용 이상의 후원금을 반드시 얻어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성립된 금전적 관계 안에서 본래 추구하던 순수한 가치를 지키기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영업사원 홍보’가 문제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NGO들이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은 그들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찾아 같은 목표를 이뤄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후원자 모집이 마케팅 업체에게 넘어간 순간 후원자 모집의 가장 큰 이유는 ‘돈’으로 귀결된다. 후원자를 데려온 데 따른 수당을 얻기 위한 영업과 다를 바 없게 되는 것이다. 모금이란 자발적인 행위가 호소로 얻어질지언정 영업으로 얻어질 수는 없다. 그래서 NGO의 영업은 합리적이지 않다.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은 의심과 의문을 만들고 결국 그들을 지탱하던 신뢰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비합리성은 효율성의 저하도 야기한다. 합리성의 저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후원자에게도 회의를 불러온다. 참여를 권유하는 사람조차 ‘왜 이것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회의감은 때론 후원 정지와 같은 형태로 나타날 테고 NGO 활동의 정체를 불러올 것이다. 부족한 후원금을 얻기 위해 NGO는 또 마케팅업체들에 손을 내밀 것이다. 암담한 순환고리다.
안타까운 예감은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인 한 명이 학교 후문 NGO홍보부스에서 후원인 신청을 했다. 서류작성을 마친 그에게 홍보부스 관계자가 후원기념카드를 건네며 “이걸 책상에 두면 의식 있는 사람처럼 보일 거예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개인의 말실수인지 NGO의 정신을 공유하지 못한 마케팅업체의 구조적인 문제인지는 알 길은 없다. 혹은 둘 다 일수도. 적어도 나는 ‘의식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NGO에 후원을 계속할 마음도, 그들을 지지할 이유도 잃었다. NGO 단체의 순수성과 신뢰는 왜곡되고 훼손되었다. NGO라는 이름을 내 건 이벤트 단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이렇게 한 순간이다.
효율성? 좋다. 하지만 있으면 좋은 하나의 추가요소일 뿐이다. 그들은 열매 하나를 더 따기 위해 뿌리까지 헤치고 있다. NGO의 정신이 여태껏 길러온 순수와 신뢰의 ‘거목’이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땡처리식 영업’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NGO들이 모금 활동에 마케팅업체를 동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적인 업체가 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효율성은 분명 중요하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확보한 재정은 NGO가 목표하는 결과를 이뤄내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비합리성은 효율성의 저하도 야기한다. 합리성의 저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후원자에게도 회의를 불러온다. 참여를 권유하는 사람조차 ‘왜 이것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회의감은 때론 후원 정지와 같은 형태로 나타날 테고 NGO 활동의 정체를 불러올 것이다. 부족한 후원금을 얻기 위해 NGO는 또 마케팅업체들에 손을 내밀 것이다. 암담한 순환고리다.
안타까운 예감은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인 한 명이 학교 후문 NGO홍보부스에서 후원인 신청을 했다. 서류작성을 마친 그에게 홍보부스 관계자가 후원기념카드를 건네며 “이걸 책상에 두면 의식 있는 사람처럼 보일 거예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개인의 말실수인지 NGO의 정신을 공유하지 못한 마케팅업체의 구조적인 문제인지는 알 길은 없다. 혹은 둘 다 일수도. 적어도 나는 ‘의식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NGO에 후원을 계속할 마음도, 그들을 지지할 이유도 잃었다. NGO 단체의 순수성과 신뢰는 왜곡되고 훼손되었다. NGO라는 이름을 내 건 이벤트 단체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이렇게 한 순간이다.
효율성? 좋다. 하지만 있으면 좋은 하나의 추가요소일 뿐이다. 그들은 열매 하나를 더 따기 위해 뿌리까지 헤치고 있다. NGO의 정신이 여태껏 길러온 순수와 신뢰의 ‘거목’이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땡처리식 영업’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소중한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