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에 이은 연말정산 파동으로 ‘서민증세’ 논란이 거세다. 세금 인상이 분명함에도 ‘국민 건강’이나 ‘증세 없는 복지’란 수사로 얼버무리니 민심이 더욱 들끓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주변 애호가들을 보면 이래저래 치사해도 끊기 어려운 것이 담배인가보다.

질긴 애연의 역사는 남성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조선시대 풍속화를 보다가 옛 그림 가운데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의 그림들에 유독 다양한 흡연 여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기생과 한량, 양반층의 놀이와 유흥을 주제로 한 신윤복의 ‘혜원풍속화첩’ 가운데 ‘연당야유(蓮塘野遊)’ ‘연소답청(年少踏靑)’을 비롯해 ‘연당의 여인’ ‘선유도(船遊圖)’ 등에는 긴 곰방대를 여유 있게 들고 있거나 피고 있는 여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작품 ‘연소답청’은 세 쌍의 남녀가 풍경 좋은 곳으로 행락을 떠나는 길에 기생들을 말에 태우고 선비들은 걸어서 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꽃피는 봄날이었을 것이다. 저 바위 틈에 핀 진달래꽃을 꺾어 머리에 꽂은 기생 한 명은 이미 곰방대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고 있고, 뒤쪽 여인이 “나도 한 대 피우겠다”며 한 손을 내밀자 얼른 달려와 담뱃대를 건네주는 남자도 보인다. 맨 왼쪽 화면 속 선비는 기생을 태울만한 말을 소유하지 못해서였을까, 짝이 없어서인지 뽀로통한 인상을 짓고 있는듯하다.

이태호교수(명지대·한국미술사)는 저서 ‘풍속화’에서 “당시 반상을 구분한 성리학 이념의 폐쇄적 사회 분위기에서 서울의 향락풍조를 통해 현실을 꼬집은 혜원의 풍자는 사대부의 윤리관이나 체면치레에 일격을 가하고 그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회의식이 깔려있다”고 전한다. 그 때문에 화원화가였던 혜원은 도화서에서 추방되었다는 일화도 나돌았을 정도다.

어쨌든 담뱃값 인상 때문에 피울까 말까를 고민해야 하는 이 시대 애연가들로서는 혜원의 그림 속 느긋한 흡연풍경이 몹시도 부러울 법하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