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공자의 ‘논어’를 읽는다고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최근 한자공부 겸 수양 겸해서 ‘논어한글역주’를 접하고 있다. 2500여 년 전의 가르침이 오늘날에도 어쩌면 이리도 와 닿는지 새삼 놀랍기만 하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논어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가난하면서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지만, 부자이면서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貧而無怨難 富而無驕易)’는 구절이다. 가난하면 여러 가지 불만이 많기 마련이지만 부자는 그 여유로움으로 마음만 먹으면 남을 위해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 가문으로 꼽혔던 ‘메디치 가’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헌정한 가문이자 미켈란젤로, 갈릴레이, 라파엘로 등 많은 예술가와 학자들을 후원해 르네상스를 꽃피웠다. 350년간 세상을 변화시켰던 메디치가의 중심에는 코시모 데 메디치를 비롯, 피에로, 로렌초 등 위대한 지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메디치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안나 마리아 루이사는 임종 직전에 피렌체 바깥으로 반출하지 않는다는 단 하나의 조건을 약속받고 14세기부터 조상들이 수집해 온 모든 예술품을 피렌체시민들에게 기증한다.

그 가운데 보티첼리의 ‘코시모 데 메디치의 메달을 들고 있는 청년’(1474년 경 작)은 의미 있는 작품이다. 최고의 인문경영자로서 피렌체 시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고 이탈리아의 국부로 불렸던 코시모 데 메디치의 정신이 피렌체 청년의 품에 영원히 간직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어서다.

김상근교수(연세대)는 메디치 가문의 이야기를 다룬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에서 “지금도 피렌체 사람들이 메디치 가문을 자부심과 명예의 상징으로 기억하는 이유는 가문의 역사가 이어졌던 350년 동안 사람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메디치 가문이 사람의 마음을 얻었을 때 사업은 번창했고, 예술은 극단의 미를 표현했으며, 이탈리아의 난세는 평정되었다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