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면, 우리들은 올해가 어떤 동물의 띠인지, 그 동물이 상징하는 좋은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새기면서 새해다짐을 하는 것 같다. 첨단 과학의 발달로 신비로운 우주도 한결 가까워진 오늘날이지만, 다시 들여다보아도 고대인들의 천문학 연구의 소산인 십간과 십이지에는 고대인들의 우주관과 생사관, 종교적 열망이 담겨있어 경이롭다. 십이지 사상은 ‘십이지 미술’에도 남아있다.

올해는 을미년(乙未年) 양의 해. 우리나라에서는 양을 가축으로 기르지 않아 친숙하지 않아서인지 동물 가운데 양은 그다지 즐겨 그려진 소재가 아니었다. 많지 않은 양 그림 중 인물과 함께 그려진 조선시대의 양 그림이 있다.

조선 후기 회화사에서 김홍도와 함께 쌍벽을 이루었던 화원화가 이인문(1745∼1821)의 ‘양을 치며 단소를 불다(牧羊吹簫)’는 양과 함께 그려낸 신선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림 속 양치기소년은 중국 진나라 사람인 황초평으로 어떤 신선이 금화산 석실로 데려가 신선도를 닦게 했다. 40년이 지난 후 그의 형 황초기가 아우를 찾았더니 집을 떠났던 그 모습 그대로 양을 치고 있었다고 한다.

항상 소년의 모습으로 때 묻지 않은 동심을 보여주는 황소평의 에피소드는 탈속한 생활을 꿈꾸던 많은 이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양과 황초평이 등장하는 김홍도의 그림 ‘금화편양(金華鞭羊)’을 비롯해 여러 화가들이 이를 그림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그 때도 그랬나보다. 시절이 어지럽고 수상하니 속세를 떠나 양을 치며 신선처럼 살아가는 한가로운 삶을 소망했었나 보다. 황초평의 고사를 담은 ‘신선도’는 입신양명 이후 낙향하여 은일한 삶을 즐기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이 그렸던 마음 안의 풍경화였던 듯싶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