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몰라도 속은 고등학생 티를 완전히 벗지는 못한 것 같은데, 벌써 대학교 1학년이 끝나가고 곧 2학년을 맞는다.

방학기간을 어영부영 보내지 말고 잘 활용해야 한다고 교수님들마다 말씀하시고 선배들이 조언한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에 조리 관련 자격증을 따는 데 필요한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 한식과 양식, 일식, 중식은 물론 제빵제과에 관한 자격증을 빨리 갖고 싶다.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처럼 큰 곳에서 일하려면 산업기사 자격증도 취득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방학 기간에 틈틈이 여행도 하고 싶다. 여행은 재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견문과 경험을 통해 나를 단련시키고 자아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으로서 첫 해를 나름대로 뜻있게 보냈다.

가장 값진 것은 2학기 동안 대학본부 홍보실에서 근로장학금을 받으면서 한 아르바이트였다. 1주일에 12시간, 수요일과 금요일마다 6시간씩 홍보실에 가서 교직원을 보조하며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경험을 얻었다. 커다란 복사기를 다루는 게 처음에는 신기하면서도 무척이나 복잡했다. 우리 대학에 대한 신문·통신·방송 기사 복사물들을 총장실과 처장실·원장실에 배포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였다. 교직원들이 지시한 일을 까먹고 안하거나 잘못 처리했다가 혼난 적도 있다. 하지만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학교라는 큰 조직이 돌아가는 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내 또래들보다 먼저 사회경험을 했다고 말하면 너무 건방질까.

또 홍보실 직원의 주문에 따라 우리 호텔조리학과의 실습과정에 관한 사진·글들을 학교 홍보 블로그에 올렸다. 실습 중간에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는 게 번거롭고, 또 실습과정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블로그에 올린 것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좋았고, 많은 칭찬과 격려를 받았다.

블로그 작업을 하며 불평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일을 하나씩 성취하면 또 다른 자신감으로 가질 수 있고,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일도 최선을 다하면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소포머(Sophomore)는 영어로 대학교 2학년생을 뜻하는데, 소포머 징크스(Sophomore Jinx)란 말이 있다. 히트한 영화는 후속편이 전편처럼 히트하기 힘들고, 첫 번째 앨범을 성공한 가수가 두 번째 앨범도 성공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스포츠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신인선수가 그 다음해 부진했을 때 표현하는 ‘2년차 징크스’ 같은 것이다.

2014년 Freshwoman(대학교 1학년생) 생활을 100%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보냈다. 2학년인 2015년에도 소포머 징크스를 깨뜨리고 더 알찬 대학생활을 하리라고 내 스스로 다짐한다. 다가오는 기회만 기다리지 않고 먼저 움직여 기회를 만들어, 나의 꿈인 최고의 조리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