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의 히트를 기록해가고 있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매력은 고단한 세속의 삶 속에서 잠시라도 우리의 의식을 우주로까지 확장시키는데 있는 것 같다. 우주 너머를 보면서 인간의 한계를 알고, 또 극복해가려 노력하는 모습을 우주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열광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인터스텔라’의 감흥은 비슷한 컨셉의 영화 ‘콘택트’ DVD를 다시 꺼내보게 하더니 칼 세이건의 저서 ‘코스모스’를 이은 닐 타이슨의 다큐멘터리 ‘코스모스’에 빠지게 한다. 대중에게 과학을 널리 알리고 행성에 관한 인류의 지식을 크게 향상시켰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외계의 생명체와 지적 존재를 찾는 연구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우주에 우리 밖에 없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라고 했던 칼 세이건의 생각에 공감하며 세밑을 우주 속에서 존재하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위치에 대한 상념에 잠겨 본다.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의 작품 ‘천지창조주’(1794년 작)는 우주에 대한 우리들의 영감을 한껏 자극한다. 작가는 우주 창조주의 모습을 컴퍼스를 들고 신비한 세계를 만들려는 건축가의 형상처럼 찬란하게 묘사하고 있다. 생각할수록 이토록 광대한 코스모스를 설계한 신의 위대함에 감탄하게 된다.

자신의 시와 그림을 융합시켜 하나의 환상적인 표현으로 만들어나갔던 블레이크에게 우주는 과학으로서의 우주가 아니라 직관으로 파악하는 것이었다 한다. ‘신의 형상을 따 만들어진’ 인간 그 자체를 소우주라 여겼던 블레이크는 그림과 함께 시 속에서 모래, 돌멩이, 바위, 언덕, 유성, 별 등의 사물에 깃든 무한하고 신성한 것을 바라보고 노래했다.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한 순간 속에 영원을 보라…”〈윌리엄 블레이크 작 ‘순수의 전조’중에서〉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