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드라마 ‘미생’이 요즘 화제다. 빼어난 리얼리티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크다고 한다. 덩달아 ‘미생’을 시청하면서 대학 졸업하자마자 ‘첫 출근’했던 그 옛날이 아련하게 겹쳐진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취업난은 거세어서 첫 출근하는 내 발걸음이 의기양양했었던 것 같다. 막상 직장생활은 서투르기 짝이 없었는데 특히 군대 다녀온 남자 동기들의 능숙한 적응과 비교돼서 더욱 그랬다.

젊은 조각가 김경민(1972 ∼ )의 작품 ‘첫 출근’(2011년 작)을 보면 수많은 ‘미생’의 신입사원들이 어른거린다. 작품 속 부산하고 설렘 가득한 출근길의 신입사원은 이 시대 새내기 직장인들의 모습과 닮았다. 분신 같은 휴대폰을 꼭 쥐고 손목시계에 눈길을 주면서 늦을세라 달려가는 회사원의 발밑은 백척간두에 서있는 듯 직장인으로서 감내해야 할 일상 속의 질곡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직장인들은 저마다 회사가 일터만이 아니라 삶터이기를 바라지만, 세상 물정의 냉정한 이치는 쓰라린 경쟁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가방 속 서류가 날아가는 지도 모른 채 신나게 뛰어가는 첫 출근의 긴장, 기쁨, 기대 등 복잡한 감정을 해프닝으로 표현했다”고 말한다. 그동안 도시 속에서 일상인들이 내뿜는 야성과 지성, 허위를 진실로 위장하고 있는 정치적 야망을 테마로 한 작업을 선보여 왔던 작가의 작품들은 팝과 리얼리즘을 아우르는 ‘팝 리얼리즘’의 계보로 꼽힌다.

미술평론가 김복영 서울예대 석좌교수는 “팝 리얼리즘은 소비사회와 팝 문화를 배경에 둔 시대의 삶을 조망하는 방법의 하나이며, 김경민 작가의 작업은 그동안의 팝과도 기존의 리얼리즘과도 궤를 달리하면서도 새롭게 삶의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