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발원한 것으로 알려진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심각하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온 세계가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 보건 인력을 파견할 계획이라 한다. 악수만 해도 전염된다는 그 무서운 지역에 지원자가 기대이상으로 몰린다는 뉴스를 접하니 우리 젊은 의료진들의 인도주의적 박애정신에 옷깃 여며진다.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지리적으로 멀어서인지 꿈과 신비와 동경의 땅으로 여겨진다. 이국적이면서도 때 묻지 않은 원시적인 풍경과 독특한 아프리카의 예술적 특징은 현대미술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피카소, 마티스 등 20세기 초 현대 화가들은 아프리카 조각의 조형에서 예술적 매력을 느껴 새로운 조형언어를 만들어냈는가 하면 입체주의, 야수파, 초현실주의 탄생에도 기여했다.

프랑스 출신의 화가 앙리 루소(1844∼1910)의 작품 ‘꿈’(1910년 작)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아프리카의 전형적 이미지가 된 그림이다. 원시림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동물들과 자연은 사실 루소도 실제로 본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파리의 식물원과 동물원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상상을 더해 그림을 그렸지만 루소의 정글 작품을 본 사람들은 누구라도 아프리카 정글을 연상할 것 같다.

‘꿈’에 표현된 색들을 분석한 한 비평가에 따르면 이 작품 속에는 50가지의 다른 녹색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초록빛 식물 사이에서 먹잇감을 쫓는 야생동물, 사자 또는 호랑이와 싸우는 원주민, 놀고 있는 원숭이 무리, 어슴푸레한 난초, 등불처럼 달려있는 오렌지, 흰 달이 어우러진 정글 풍경에는 보이는 것 이상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파리 세관원으로 평범한 삶을 살았던 루소는 주말이면 그림을 그렸던 ‘일요일의 화가’였고 아마추어 화가들을 일렀던 ‘소박파 화가’이기도 했다. 단조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열망에서 루소는 이국적 주제, 아프리카 정글 속으로 도피했을 지도 모르겠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