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간장 속에/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꿈틀거리다가… 버둥거리다가/어찌할 수 없어서/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한 때의 어스름을/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안도현 작 ‘스며드는 것’중에서〉

딸아이가 카톡으로 보내준 이 시를 처음에는 건성으로 읽었다. “응, 간장게장 먹고 싶다고?” “아니, 슬퍼서 눈물 난다고…” 나이 들어가면서 시적 감수성도 무뎌졌나보다. 다시 읽어보니 참 가슴 아픈 시였다. 꽃게가 살이 올라 한창이라지만 시의 잔상이 남아 당분간은 꽃게를 마음 편히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게 그림’은 게 등의 딱지(甲)로 인해 장원급제하고 벼슬에 오르라는 축원을 담은 상징 이미지였다.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꽃게는 축하나 화합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작품 ‘두 마리의 꽃게’(1889년 작)와 분위기가 닮아 보인다. 마치 자유를 외치는 듯 초록색 바닥을 내려치고 있는 두 마리의 붉은 게는 지금 보아도 아방가르드한 작품이다. 자화상을 많이 그렸던 화가여서인지 ‘두 마리의 꽃게’에서 살아생전에 그토록 다정했던 고흐와 동생 테오의 모습이 겹쳐진다.

고흐와 테오가 세상을 떠난 뒤 고흐의 작품을 상속받은 테오의 아내 요 봉거는 고흐의 작품을 화상에게 판매하는 대신 유럽 전역의 전시회에 출품했다. 테오에게 보낸 고흐의 편지 출판 제의도 모두 거절한다. “인생을 걸고 제작한 작품이 알려지고 충분히 이해되기도 전에 그의 삶에 대한 관심을 먼저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미 작고한 화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덕분으로 해바라기와 별밤, 프로방스의 태양을 공공미술관에서 감동에 젖어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