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하늘보다 내 마음에/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당신도 내내 행복 하세요…” 〈이해인 작 ‘달빛 기도-한가위에’ 중에서〉

추석 보름달, 슈퍼문 덕분에 귀성 귀경 길 발걸음이 모처럼 밝았을 것 같다. 온 하늘을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 앞에 서니 달나라를 왕복하는 이 우주 시대에도 저 크고 밝은 달에게 문득 소원 하나 빌고 싶어진다.

보름달을 향한 은은하고도 경건한 마음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을 것이다. 오늘 밤은 ‘성근 숲 위로 덩두렷이 떠오르는’ 수묵화 속 고요한 보름달 보다는 불 켜진 도심의 빌딩 한 가운데로 당당하게 차오른 파울 클레(1879∼1940)의 작품 ‘만월’(1919년 작)이 어울린다.

독일 출신으로 칸딘스키와 함께 바우하우스에서 후진을 양성하기도 했던 클레는 평생 9천 여 점의 작품을 제작하면서 대상과 세계, 자아와 우주 사이의 중재자로 활동해 왔다.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던 클레답게 사물들의 외형 아래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게 하는데 집중했다.

작품을 보면, 도시의 교회와 건물들이 품은, 불이 켜져 있거나 어두운 창은 평화로운 저녁을 암시하고 있고 만월은 인적 없는 풍경 위에서 고고하게 빛나고 있다. 더러는 정사각형들과 직사각형, 상형문자처럼 묘사된 나무들마저도 다정한 동네 어귀를 연상시킨다. 불규칙한 채색 형태들이 병렬되어 있는 모습은 ‘색채와 나는 하나’임을 강조한 클레의 그림자일 성 싶기도 하다.

클레의 장점은 작품이 아무리 추상적인 것일지라도 해석을 관람자에게 미루지 않고 스스로 암시적인 제목을 붙였다는 데 있다. 현대미술에서 종종 관람자에게 혼미함을 안겨주곤 하는 ‘무제’는 ‘무죄’가 될 수 없음을 작가는 이미 알았던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