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이 남긴 명언이다. 타인의 화려한 삶에도 그늘이 있을 수 있고 때로 자신의 비루한 모습도 남 보기에는 그윽할 수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생각할수록, 인생이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오묘한 진리가 담겨있는 말이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연극 관람을 했다. 박윤모의 모노 드라마 ‘아버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로 출발했으나 가슴 뭉클한 ‘해피 엔딩’이 안도감을 주는 희극이었다. 지난 98년부터 시작하여 200회 이상 공연기록을 세운 ‘아버지’는 90분 동안 11남매를 키우며 겪은 파란의 가족사를 눈물과 웃음으로 버무려 배우가 들려준다. 자전적 이야기인지, 연기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배우의 열연이 감동적이었던 ‘아버지’는 아버지의 서사인 동시에 묵묵하게 뒤에서 아버지의 삶을 지탱해 준 어머니의 서사이기도 했다.

우연일까. 상록미술관에서 전시중인 황재형 작가(1952∼ )의 작품 가운데 아버지를 그린 ‘아버지의 자리’와 어머니를 그린 ‘존엄의 자리’가 있어 연극 ‘아버지’의 내용과 오버랩 되었다. 세상에 절망한 이들이 모여든 ‘삶의 막장’ 탄광촌에서 광부가 되어 탄광촌의 삶과 풍경을 그려온 작가는 여전히 우리 땅과 이 시대 사람들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작품 ‘존엄의 자리’(2010년 작)는 삶의 고단함과 신산함, 가족에 대한 노심초사로 일관했을 어머니의 주름 진한 얼굴을 묘사해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는 “온갖 삶의 주름이 얼굴의 주름처럼 앙금으로 남아있으나 존재의 본질은 변함없이 희망을 이야기 한다”고 들려준다. 어머니라는 ‘존엄의 자리’는 세상에 직접 강림하기 어려운 신이 대신 우리 곁에 보내준 것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