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너무 박하다 싶다가도/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국밥이 한 그릇인데…”〈함민복 ‘긍정적인 밥’ 중에서〉

올해 벼농사가 대풍이라고 한다. 풍년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우리 몸 어딘가 ‘농심(農心)’이라는 유전자가 있기 때문일 게다.

오는 11월3일 폐막하는 제5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그동안 디자인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온 농사를 디자인과 접목, 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농도인 우리 남도의 쌀 브랜딩을 위한 쌀 포장 디자인과 21세기 ‘싸전(쌀가게)’을 새롭게 제안하고, 관람객에게 두 가족 한 끼 식사량인 250g 쌀 한 봉지를 선사하는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해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쌀은 우리 몸의 살을 만들어준다 해서 쌀이라 불린다. 흔히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180일 간의 하늘의 보살핌, 7근의 땀, 88번의 손길이 지극정성으로 닿아야 한다고 한다. 먹을거리가 지천이라 더 이상 쌀이 귀하지 않은 요즘 세상에도 쌀은 누구에게나 생명의 근원이고 삶의 뿌리이다.

임옥상(1950∼ )의 ‘별밥’은 일곱 그릇의 밥을 판넬에 흙, 먹 그리고 아크릴로 채색한 작품이다. 밥을 별자리에 놓은 작가는 “쌀 한 움큼으로 지은 밥 한 그릇은 하늘이고 신이고 영혼이고 꿈”이라는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온갖 생명을 키워낸 어머니로서의 대지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대지를 뚫고 나온 어머니를 땅으로 형상화하면서 시각적 충격을 주기도 했던 작가는 오래전부터 ‘쌀’과 ‘밥’과 ‘밥상’ 작업 등을 통해 밥이야말로 신성한 대상임을 강조해오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