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광주 풍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콘서트에 다녀왔다. 가왕(歌王)의 신곡 ‘헬로우’로 시작한 콘서트는 3시간 내내 1만5000 여 명 관중들을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 와있게 하는 듯 행복한 감흥에 젖게 했다.

조용필의 팬들은 형광봉을 하나 둘씩 들고 흔들며 목이 터져라 노래를 따라 불렀다. 거의 유일하게 그의 열창을 조용히 감상하기만 했던 나는 비로소 ‘귀로에서’ 노래방 생각이 간절했다. 30여년이 넘은 광팬임에도 콘서트에서 함께 따라 부르지 못한 여운을 노래방에서 혼자 달래며 이 가을을 갈무리하고 싶어졌다.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조각가 김주호(1949∼ )의 작품 ‘같이 노래해요’를 보면 합창하는 즐거움이 전달된다. 작품 속 얼굴은 노래를 썩 잘 부르지는 못하고 소리만 빽빽 지를 것 같은 모습이다. 노래도 잘하지 못하면서 조용필의 노래만 애창하는 나의 모습인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작가도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기에 노래방에서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을 보고 부러워하는 마음”을 갖고 작업했다고 한다.

작가는 우리 시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에 대한 여유와 낙관을 어눌한 듯 비례도 무시한 3등신의 몸집으로 담아내면서 한국미의 특성이라 할 ‘무기교의 손맛’을 정감있게 발휘해오고 있다. 특히 불에 굽는 질구이 작업을 통해 우리의 따스한 체온처럼 느껴지는 불그스름한 색깔을 표현해 친밀함을 더한다.

조용필은 가왕이라지만 그의 노래는 왕처럼 군림하지 않는다. 친근하게 우리 마음에 다가선다. 조용필의 노래 분석으로 학위를 받은 언론인 홍호표박사가 저서 ‘조용필의 노래, 맹자의 마음’에서 언급했듯이 “단지 유행가를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천인합일(天人合一)과 같은 인간 본성을 노래”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