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를 본 관람객이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1억 명을 돌파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관상’도 관객 천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날로 진화해가는 한국 영화의 저력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 ‘관상’에서, 왕위를 빼앗으려는 반역자를 사전에 색출하려고 관상쟁이에게 초상화를 통해 관상을 보게 하는 장면이 있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 그림을 통해 관상을 볼 수 있는 인물화를 가진 나라는 없을 것이다. ‘터럭 한 올이라도 같지 않으면 곧 다른 사람이 된다(一毫不似 便是他人)’는 우리 초상화의 사실정신은 터럭 하나 다르지 않은 외형 묘사로 그 사람의 삶과 내면까지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 초상화의 ‘정직한 화법’은 ‘초상화 관상법’으로 선조들의 질환을 밝히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성낙 가천대 명예총장은 1980년 세계 피부의학계 심포지엄에서 ‘조선시대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 예로 조선 시대 영조의 어진을 그렸던 화원화가 변상벽이 그린 것으로 추정하는 문인 ‘윤급(尹汲)의 초상’은 양미간 주름과 검버섯, 턱 부분 사마귀, 뺨의 붉은 홍기 등 세부적인 피부의 특징까지 생생히 묘사되어 있다. 이 밖에도 초상의 얼굴을 통해 천연두, 백반증, 홍반성 루푸스, 흑달, 검버섯 등 피부병과 병력을 추적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우리의 얼굴은 말 그대로 ‘얼’이 통하는 골이 모여 있는 곳, 얼의 꼴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그 때문에 얼굴에 삼라만상이 담겨있다는 해석도 있다. 얼굴에서 정말 운명을 볼 수 있는 것일까? 관상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이 시대에도 여전한 것은 인간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약한 존재여서 그러는지 모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