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송동(중국)의 ‘버릴 것 없는’을 본 관객들은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전시장에 펼쳐진 잡동사니들이 너무나 ‘허접’(?)했기 때문이다. 말이 예술이지 재활용 박스에 내다 버릴 법한 폐품들이었다. ‘버릴 것 없는’은 작가의 어머니가 30여 년간 모아온 ‘세간살이 컬렉션’. 작가는 어머니의 삶의 궤적을 통해 급속하게 사라져 가는 중국사회의 전통 정서를 들추어냈다. ‘버릴 것…’은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그해 비엔날레 공동대상작으로 뽑혔다.

지난 주말 2013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와 시립미술관으로 ‘문화마실’을 다녀왔다. 중외공원을 끼고 이웃해 있는 두 공간은 새삼 예술과 일상,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되돌아 보게했다.

그중에서도 시립미술관의 기획전 ‘만물상-사물에서 존재로’(9월3∼11월10일)는 비엔날레를 통해 예술적 역량을 키운 젊은 작가, 일명 ‘비엔날레 키드’들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일상의 평범한 사물들을 모아놓은 전시는 비예술적인 사물들이 현대미술의 오브제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철사나 컴퓨터 부품을 재활용한 신양호의 ‘Red fish’는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활어를 보는 듯 했고, 칙칙한 폐비닐 위에 한땀 한땀 바느질로 사물을 새겨 넣은 마C의 ‘연두 그늘’은 거칠지만 따뜻한 감성이 묻어났다. 고근호·정운학·이매리 등 다른 작가들의 작업 또한 독창적인 조형미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관객들의 태도였다. 한낱 ‘쓰레기’ 같지만 기발한 상상력으로 되살아난 ‘오브제’들에게 홀린 듯한 표정이었다. 지난 2006년 송동의 ‘버릴 것 없는’에 반응했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디자인 비엔날레 관람 후 미술관에 들른 전시기획자들은 광주작가들의 완성도 높은 작품에 찬사를 보냈다.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은 ‘만물상…’전의 내년 서울 전시를 제안했고, 외국 큐레이터들도 “원더풀”을 연발했다.

미술관을 나서자 비엔날레를 관람하러 온 학생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사실 그동안 비엔날레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목소리에 눌려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해왔다. 매번 80억∼10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정작 ‘지역’에 남는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비엔날레 키드들을 보면 그렇게 밑진 장사는 아닌 것 같다.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한 비엔날레 키드와 예술적 안목을 키워온 관객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성과’이기 때문이다.



〈편집국 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