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뉴스에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먹을거리에 관해 둔감한 편이지만, 문득 며칠 전 식탁에 올렸던 고등어구이와 갈치조림 등이 마음에 걸린다. 위험을 무릅쓰고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무모한 욕심에서 이런 뒤숭숭한 상황이 비롯되었을 것이다.

환경운동에도 참여했던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작고하기 전 “인간이란 모름지기 자연의 이자로만 삶을 꾸려야 한다”는 생태철학을 설파한 바 있다.그 ‘자연의 이자’로 살아왔던 우리 옛 조상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 요즘 새삼 정겹다.

조선 후기 정조 때 활동했던 풍속화가 긍재 김득신(1754∼1822)의 ‘강상회음(江上會飮)’은 강가에서 천렵을 즐기는 사람들을 그린 그림이다. 뱃전에 꽂아놓은 낚싯대 위에 앉아서 생선 찌꺼기를 노리는 물새들의 늠실거리는 자세는 그림에 흥취를 더해 준다. 음식인문학자인 주영하교수(한국학중앙연구소)는 저서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에서 그림 속의 생선은 생김새로 미루어 숭어일 가능성이 크고, 생선 모양이 부서지지 않고 통째로 접시 위에 올려 있는 것은 소금으로 간을 한 숭어찜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김득신은 김홍도를 가장 충실히 계승한 후배 화원으로 자신의 질박한 심성에 맞는 독창적이고 해학 넘치는 풍속도를 그려냈다. 특히 전가낙사(田家樂事)라 하여 서민들이 일하는 가운데 짬을 내어 즐기는 소박한 천렵이나 전원의 흥취를 그림에 많이 담았다.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대 상황이었지만 숭어찜 반찬 한 가지에 막걸리 반주한 잔일지라도 자연 그대로가 밥상이 될 수 있는 여유로움이 부럽기만 한 풍경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