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때 아닌, ‘체 게바라 티셔츠 논쟁’으로 기록적인 폭염 속 여름이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체 게바라(1928∼1967). 그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군인용 베레모를 쓰고 무엇인가를 응시하며 굳게 다문 입술의 그 강렬한 사진을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체 게바라의 투쟁동지였던 알베르토 코르다가 체의 굳은 혁명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한 이 사진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 미국의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1928∼87)의 ‘체 게바라’다. 앤디 워홀은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거리가 되는 내용을 찾아 작품화했고 특히 유명 인사를 실크 스크린 초상화로 제작해 그 자신 스타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을 통해 체 게바라의 이미지가 상업화되기 시작했으며 그의 정신과 사상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지금도 그 이미지에 열광한다.

앤디 워홀의 팝 아트는 난해한 추상표현주의에 대항해 수프 깡통, 비누상자, 만화책 등 대중에게 익숙하고 대량생산되는 모든 것을 작품 대상으로 삼아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획을 긋는다. 미국의 대표적인 철학자, 미술비평가인 아더 단토(1924∼ )는 앤디워홀이 평범한 일상적 상품들 특히 비누상자인 ‘브릴로 상자’를 작품으로 변용해 전시하는 것을 보고 큰 자극을 받는다. “어째서 이 대상은 미술이고, 슈퍼 마켓의 브릴로 상자는 미술이 아닌가?” 이 물음과 함께 단토는 “미술이 미의 통제를 벗어버리고 작품 스스로 무엇인지를 물으면서 철학이 되었다”며 ‘미술의 종말’을 선언한다.

단토가 고한 ‘미술의 종말, 이후’, 오늘날의 미술은 다원주의가 특징이 된다. 개념이나 아이디어가 더 중요해진 현대미술로 인해 이제 라슬로 모호이 너지(1895∼1946)의 말처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문맹자’가 되는 세상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