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광주 문화계는 때아닌 수강생 유치전쟁을 치러야 했다. 사정은 이렇다. 공교롭게도 이날 광주 시립미술관의 ‘인문학으로 문화읽기’를 비롯해 일부 문화예술기관들의 시민강좌일정이 겹쳤다. 겹치는 정도가 아니라 한날 한시(24일 오후 3시)에 열리게 됐다. 광주비엔날레의 문화포럼(강사·설치미술가 최정화)이 진행되던 시각에 광주문화재단에선 소설가 문순태씨의 문학강연이 열렸고 광주시립미술관에선 미술평론가 이건수(‘월간미술’ 편집장)의 현대미술 강좌가 개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들의 문화강좌로 수강생을 끌어 모으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특히 강사들 면면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주최 측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강좌가 열리기 2주일 전부터 이들 기관들은 이메일, 전화, 문자메시지, SNS, 심지어 일대일 홍보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다. 기자의 지인은 세 군데에서 동시에 ‘러브콜’을 받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이들이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는 이유는 단 하나.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민들을 강의실이나 행사장으로 불러 들이기 위해서다. 물론 자발적인 참가자도 있지만 전 직원이 팔을 걷고 독려하지 않으면 좀처럼 시민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리거나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띄우는 것으론 20∼30개의 좌석도 채우기가 버겁다.

사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지역문화계는 일 년 내내 시민들의 문화지수를 높이는 강좌나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문화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는 강좌에서부터 축제,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의 파일럿 프로그램까지 주제나 성격도 각양각색이다. 많을 때는 하루에만 3∼4개의 프로그램이 열릴 정도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상당수의 행사가 ‘그들만의 잔치’로 치러진다. 문화수도를 지향하고 있지만 정작 많은 시민들은 ‘문화’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나마 소수의 적극적인 애호가들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문화광주의 자존심을 지켜가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는 경험한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즐긴다고 한다. 문화시민이 되는 첫걸음은 다양한 ‘경험의 장’(場)을 찾는 것이다. 마침 오는 9월에는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국제영화제, 월드뮤직페스티벌, 아트 광주, 정율성 음악제 등 수많은 페스티벌과 이벤트가 광주를 화려하게 물들인다. 축제는 즐기는 자의 몫이라고 했던가. 올 가을 ‘문화축제’의 행복한 주인공이 되어보자.

〈편집국 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