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청소년들의 역사에 대한 무지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국사가 수능시험 필수과목이 되면 청소년의 역사인식이 높아질 수 있을까? 이 또한 논란을 빚고 있으나 오래전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지식이 지금껏 우리의 토대가 된 것을 보면 공교육 차원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은 광복절. 해방의 기쁨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미술로 보여준 작가 이쾌대(1913∼1965)의 존재는 우리 미술사의 크나큰 축복이다. 작품 ‘군상 I-해방고지(解放高地)’는 처절한 저항과 희생을 치르고 맞은 해방의 기쁨을 장대한 스케일과 파노라마적인 구성으로 그린 그림이다. 하단의 주검이 민족의 고난을 상징한다면 오른편 군상은 분노와 해방의 열망을, 나는 듯 달려오는 왼편의 두 여인은 해방의 벅찬 감격을 전해주는 듯하다. 이쾌대 그림 속 격동의 현장에 선 수많은 군중들의 모습은 심훈의 시 ‘그날이 오면’과도 겹쳐진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주기도 할양이면...”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받은 천재화가’ ‘20세기 전반부 남북한을 통틀어 최고란 평가를 받은 화가’로 수식되는 이쾌대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도쿄 제국미술학교를 나와 일제강점기 말 신미술가협회를 이끌면서 올곧은 작가정신을 보여준 화가였다. 월북 작가로서 긴 세월 잊혀졌던 그는 88년 월북 예술가 해금조치 이후, 91년 서울에서 회고전이 열려 미술계에 놀라움을 주었다. ‘군상 I-해방고지’를 비롯해 회고전을 통해 소개된 작품들은 화가가 북으로 간 이후 그의 아내가 남편의 육신을 대하듯 온갖 감시와 어려움 속에서 꼭꼭 감추어두고 보관해 왔다고 한다. 화가의 아내가 아니었다면 우리 근대 미술의 중요한 지점이 영영 공백으로 남았을 지도 모른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