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공부해도 모르는 세 가지가 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 정치, 김정은의 속마음이다.”

얼마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유머 한 토막이다. 이름하여 3대 미스터리.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미스터리가 추가됐다. 오는 2015년 개관 예정인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이하 전당)의 컨셉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전당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속내’다. 개관을 불과 2년 앞둔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무슨 속마음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여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 6월 문광부가 입법예고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특별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이 문화전당의 컨셉은 물론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을 크게 흐트러 놓고 있어서다.

(사)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 지원포럼에 따르면 특별법 개정안은 전당의 중심축인 문화창조원과 문화정보원을 비롯, 어린이문화원, 아시아 예술극장, 민주평화 교류원 등 5개원을 사실상 해체하고 있다. 문광부 산하 아시아문화개발원의 명칭을 ‘특수법인 아시아문화원’(문화원·제26조2항)으로 변경해 문화원장 밑에 사무국장, 공연예술감독, 전시예술감독을 두고 전시예술감독에게 창조원과 정보원, 어린이 문화원 사업을 총괄하도록 하는 구조다. 이는 전당 자체의 조직 설립 없이 전당의 5개원을 문화원에 기형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전당의 격을 확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창작과 연구기능을 하는 창조원과 정보원이 전당의 창작엔진(creative engine)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예술의 전당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문광부 소속기관장은 정무직(차관급)으로 대통령이 임면하는데 반해 전당의 기관장은 문광부장관이 임면토록 해 전당의 위상 하락이 우려된다. 또 ‘개발원(문화원)의 설치 및 운영 등에 관한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한다’는 조항도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한다고 격하시켰다. 총 소요예산 5조원이 투입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스케일을 무색하게 하는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전당이 내로라 하는 국내외 복합문화공간에 당당할 수 있었던 건 창작엔진을 장착한 문화발전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마저도 담보할 수 없다면 전당은 ‘색깔 없는’ 또 하나의 문화시설을 광주에 짓는 것과 다름없다. 지금 광주가 해야 할 일은 전당의 명예회복이다.



〈편집국 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