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광 백수 해안도로를 따라 여름바다에 다녀왔다. 국토부가 올 여름 피서철 ‘환상의 국도 드라이브 코스’중 한군데로 선정한 길이어서인지 바다를 휘감고 굽이도는 풍경이 새삼 달라 보였다. 해안도로라서 바다를 기대했다가 바다보다 더 넓게 펼쳐진 하늘과 일몰의 황금빛이 물드는 구름을 만난 것은 덤으로 얻은 선물이었다.

온전하게 하늘과 구름만 바라본 것이 얼마 만인가. 문득 ‘나는 구름의 사람’이라 자처하며 ‘구름을 사랑했던 화가’가 떠오른다. 영국 출신의 존 컨스터블(1776∼1837)은 고향의 풍광과 대지를 담은 목가적 풍경화가로 특히 하늘의 장관에 심취해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와 구름이 화폭에 가득한 그림을 많이 남겼다.

‘구름연구, 나무 수평선’은 1821년 8월27일 정오에 탄생한 작품이다. 그림은 탑 모양처럼 치솟아 오르는 구름인 ‘탑상적운’을 그린 것으로 이 구름은 대개 산발적인 소나기를 흩뿌리곤 한다. 구름 스케치에 열중하다가 갑작스레 후두둑 몰려드는 소나기를 만난 화가가 당황해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영국은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일찍이 기상학을 태동시켰고, 적운 층운 권운 등 구름 분류법을 발표한 최초의 구름학자인 루크 하워드(1772∼1864)를 낳았다. 하워드의 구름학은 괴테, 셸리 등 시인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컨스터블은 구름의 진실을 회화로써 풀이한 해석자로 꼽힌다. “그림은 과학이므로 자연법칙을 연구하듯이 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녔던 컨스터블은 현장에서 빛과 대기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그림을 그렸고, 이는 찰나의 빛을 화면에 담고자 했던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후텁지근한 여름 한낮, 하늘을 올려다본다. 컨스터블이 봤으면 화폭에 담고 싶었을 것 같은 하얀 뭉게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구름을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으로 보는 구름은 새로웠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