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외모지상주의에 단단히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매력적인 외모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고 믿는 분위기로 인해 외모 가꾸기, 다이어트, 성형 등 미용 사업들은 불황을 모른다고 한다.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철에 다이어트가 주된 관심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늘 다이어트를 결심하곤 하는 내게도 ‘뚱뚱해서 행복한’ 인물들을 그려오고 있는 페르난도 보테로(1932∼ )는 위안을 주는 화가다. 작품 ‘바를 잡고 있는 발레리나’는 다이어트를 위해 발레를 하는 것 같은 몸매의 여성이 한손으로 바를 짚은 채 자주색 토슈즈를 신은 발을 한껏 들어 올리고 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웃음이 터지지만 그녀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다. 뚱뚱하지만 무겁지 않아 보여서 보는 이들에게 경쾌함을 선사한다.

콜롬비아 안데스 산맥 작은 도시에서 태어난 보테로는 독학으로 화가가 되었다. ‘화가가 되기 위한 모든 것’은 미술관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공부하며 배웠다. 이탈리아의 프레스코화와 멕시코 벽화에서 대상의 비율과 크기를 탐구하였고, 뉴욕에서 ‘볼륨기법’을 발전시키면서 남미 민속미술의 특징을 더했다. “그들은 뚱뚱한 게 아니라 볼륨이 있을 뿐”이라 말하는 보테로가 풍만한 인물을 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건강, 부유, 삶의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는 남미 문화의 풍만함을 보여주고 싶어서일까. 캔버스가 가득 찰 정도로 풍만한 그의 그림을 보면 따뜻함과 푸근한 위로가 느껴진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꼭 얼굴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태도나 행동거지 내면의 자아 혹은 자신을 어떻게 보이게 하는가 하는 연출 등과도 많은 관련이 있다”는 시오노 나나미의 언급처럼 미의 기준은 사회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