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점심시간에 들렀던 삼계탕 전문 식당은 번호표를 받고 한참 기다려야 할 정도로 붐볐다. 낼 모레 초복을 앞두고 삼계탕으로 복달임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긴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늘 삼복더위 무렵엔 최석운 작가의 작품 ‘복날’(1993년 작)이 떠오른다. 나무에 매달린 개와 두 남자, 곧 이어질 성찬을 기대하는 여인의 야릇한 눈빛, 잠시 후면 개를 끓일 가마솥에 보란 듯이 방뇨하는 또 다른 개???. 중심과 주변을 향하는 이들의 각기 다른 시선이 화면에 긴장감을 준다. 처음 이 그림을 접한 것은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와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홍신 작가가 ‘개고기 논쟁’으로 한창이던 십 수 년 전이었다.

은퇴 후 동물보호운동에 앞장 선 브리지트 바르도는 ‘한국인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가 더 이상 식용으로 희생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녀가 이 그림을 보았을까. 바르도는 잔인하게 개를 죽이는 것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김의원은 즉시 바르도에게 공개적인 답신을 보내 후자엔 동의하지만 ‘문화상대주의’적 관점에서라도 “남의 음식문화에 간섭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최석운 작가는 “작품 구상은 개고기를 먹고 안 먹고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재한 폭력, 야만에 대해 생각하는데서 출발했다”고 한다. 작가는 인간의 울타리를 동물로 치환했을 뿐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관계 속에서 ‘먹고 먹히는’ 사슬로 표현될 수 있는 약자에 대한 강자의 폭력을 묘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작품 ‘복날’은 누군가에겐 불편한 그림일 수 있지만 실재하는 현실을 묘사한 현대적 풍속화로, 풍자와 해학을 통해 감추고 싶은 인간의 본성을 들춰내고 있는 것 같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