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세계 금연의 날’(5월31일)을 전후로 금연을 호소하는 퍼포먼스와 플래쉬 몹 등 다양한 행사가 여러 나라에서 펼쳐졌다. 우연히도 며칠 전 한국의 대표적 DJ였던 한 방송인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흡연의 위험성이 더욱 이슈가 되기도 했다.

담배는 끊기 힘든 중독성이 있어서인지 대개의 금연광고들은 몹시 공포스럽거나 잔혹한 이미지를 담아 죽음을 경고한다. 해마다 600만 명이 흡연으로 사망하고, 담뱃값 인상 논의도 꾸준하지만 흡연자는 그리 줄지 않는 것 같다. 세상살이가 고단할수록 한 모금 담배 연기에라도 시름을 날려 보내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담배 이미지 작품으로 미술사에서 의미있게 거론되는 벨기에 출신의 르네 마그리트(1898∼1967). 마그리트의 대표작인 ‘이미지의 배반’에는 흔한 파이프가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불어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씌여 있다. 누가 보아도 파이프를 재현한 그림이 맞지만 그것은 파이프 모양을 한 그림이고 단지 겉모습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것이 파이프 자체일 수는 없다는 역설이다.

프랑스 현대 철학자 미셀 푸코는 이러한 마그리트 그림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한 권의 책에 담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펴냈다. 푸코는 마그리트가 ‘보는 것이 믿는 것’인 세상에 반론을 제기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믿어왔던 평범한 상식이나 철학을 일련의 작품으로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아 배반과 같은 일대 ‘변혁’을 가져다주었다고 분석한다. 마그리트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라 파이프의 그림이다’라고.

담배 연기를 뿜으며 시름까지 날려 보내는 듯 착각하는 애연가들에게 마그리트의 그림 한 점 감상을 권한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고 그렇게 뿜어내는 연기는 ‘사라지는 시름이 아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