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을 보내면서 ‘아버지의 마음’만 헤아리고 ‘엄마 생각’을 가슴에만 쟁여놓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어느 정도 나이 먹은 세대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는 불러도 엄마를 어머니라 부르기는 여전히 어색한 것 같다. 누구에게나 엄마에 대한 정서는 특별할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최초로, 가장 순수한 의미로, 세속적인 셈법 없이 온전한 사랑을 넘치게 나눠줄 이 엄마 말고 누가 있을까? 이 마음을 담아 김초혜 시인 역시 ‘사모곡’에서 노래했다.

“...쓴 것만 알아/쓴 줄 모르는 어머니/단 것만 익혀/단 줄 모르는 자식/처음대로/한 몸으로 돌아가/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한국 사람들이 떠올리는 향수어린 엄마의 이미지를 박수근(1914∼1965)의 작품 ‘모자(母子)’에서도 본다. 소박하면서도 고전적인 모습의 엄마가 아이를 포근히 안고 젖을 먹이고 있다. 따뜻하고 다정한 이 장면은 성스러움으로까지 다가온다. 우리들이 기억하는 모성의 원형에 가깝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박수근은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했고 그로 인해 기성 화단의 무시와 소외 속에서 상처를 입기도 했지만 서구인들의 애호와 호평을 한 몸에 받은 화가이기도 하다. 밀레와 같은 화가가 되기를 갈망해서 늘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았고, 그 결과 고향 땅 양구의 산과 들을 닮은 작품 세계를 일궜다. 고향 땅에 널린 화강암에서 비롯한 회색 등 무채색 계열의 질박한 색채와 두꺼운 표면 질감의 화폭으로 자신만의 예술 형식을 완성한 것이다.

한국적 모성을 그려낸 박수근의 ‘모자(母子)’를 보자면 함민복 시인의 시처럼 이 땅의 모든 자식들이 엄마의 은혜를 마음에 새겨볼 수 있을 것 같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어머님 배 속에서/몇 달 은혜 입었나 기억하려는/태아의 노력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성선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