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당겨 화살로 과녁을 꿰뚫는 자가 내 딸을 차지하게 될 것이오.”

빤짤라(Panchala) 왕국의 드루빠다(Drupada) 왕은 공주 드라우빠디(Draupadi)의 신랑감을 찾기 위해 ‘굉장한 힘’을 가진 전사를 원했다. 왕이 딸의 신랑감을 고르기 위해 시험용으로 제시한 활은 매우 단단해 시위를 당기는 것 조차 불가능한 강궁(强弓)이었다.

소문을 들은 주변 나라의 왕과 전사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은 절세미녀로 알려진 드라우빠디를 차지하기 위해 활을 들었지만 시위조차 당기지 못했다. 빤다바(Pandava) 형제 다섯 가운데 둘째인 아르주나(Arjuna)는 아무도 활을 쏘지 못할 무렵,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그는 눈 깜짝할 새 활에 줄을 걸고 시위를 당겨 과녁을 꿰뚫었다.

드라우빠디는 곧 아르주나의 차지가 됐다. 다섯 형제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 어머니 꾼띠(Kunti)에게 알렸다.

아르주나는 꾼띠에게 ‘내가 무엇을 가져왔는지 모를 것이라며 추측해 보라’고 외쳤다. 일이 바빴던 꾼띠는 둘러보지도 않은 채 ‘형제들끼리 무엇이든 똑같이 나눠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결국 다섯 형제는 어머니의 말에 따라 드라우파디를 모두의 부인으로 맞이했다.

이 무렵 빤다바 형제에게 절세미녀를 빼앗긴 것에 심사가 뒤틀린 이가 있었다. 하스띠나뿌라(Hastinapura)왕국의 왕인 사촌형제 두료다나(Duryodhana)였다. 빤다바 집안의 맞수였던 까우라바(Kaurava) 집안의 첫째 두료다나는 삼촌 샤꾸니(Shakuni)와 작전을 짜고, 드라우파디는 물론 빤다바 형제의 땅까지 빼앗으려는 계략을 꾸몄다. 샤꾸니는 빤다바 형제의 첫째인 유디스띠라(Yudhisthira)에게 주사위 놀이를 제안한다. 당시 힌두교 카스트제도의 끄샤뜨리아(무사) 계급은 도전을 받으면 받아들이는 것이 불문율이었다. 유디스띠라는 두료다나와 기꺼이 주사위 놀이에 응한다.

유디스띠라는 사촌의 음모를 짐작했지만 도전을 거부할 순 없었다. 주사위가 굴러가자 두료다나는 내기를 건다. 유디스띠라는 처음에 자신의 목걸이를 걸었다. 하지만 속임수를 쓴 주사위 탓에 연속으로 내기에 지고 만다. 계속된 내기에 점차 많은 것을 내걸었던 유디스띠라는 결국 자신과 형제가 다스리던 인드라뿌라스따(Indraprastha) 왕국의 땅마저 잃고 말았다. 분노에 찬 유디스띠라는 동생 4명을 내기에 걸었다. 패하면 노예로 전락해야만 했다. 주사위는 조작된 것처럼 항상 샤꾸니의 편이었다. 동생 4명을 잃은 그는 자신마저 내기에 걸었고, 부인 드라우빠디까지 내기의 제물로 바쳐졌다.

까우라바 형제들은 환호 속에 패배자들을 자신들의 궁전으로 불렀다. 두료다나의 동생 두샤사나(Dushasana)는 계획했던 대로 드라우빠디를 불러냈다. 모욕을 주기 위해 그녀의 옷을 강제로 벗겼다.

고개를 돌린 채 속수무책이었던 빤다바 형제를 도운 이는 비쉬누(Vishnu) 신의 화신인 끄리슈나(Krishina)였다. 궁 안의 아무도 볼 수 없었지만 끄리슈나는 옷이 벗겨질 때마다 한없이 그녀의 몸에 사리(인도여성의 전통의복)를 덮었다. 끝도 없이 나오는 옷에 까우라바 형제는 계속해서 옷을 당겼지만 드라우빠디는 여전히 옷을 입은 채였다.

빤다바 형제들은 굴욕을 참지 못했다. 셋째 비마(Bhima)는 ‘반드시 나중에 두샤사나를 죽이겠다’고 선언하고, 드라우빠디는 ‘두샤사나의 피로 머리를 감겠다’고 형제들에게 서약했다.

모든 것을 빼앗긴 빤다바 형제는 13년 동안 숲으로 유배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13년 뒤 두 형제 집안은 전쟁을 일으키고, 까우라바 형제는 전멸을 당한다.

/카주라호=임동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