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땅에 지어진 신화와 역사의 궁전들
2013년 04월 01일(월) 00:00 가가
라마신 모시려 만든 사원이 궁전으로
반란자, 황제 등극 … 분델라 왕조 전성기
첨탑과 고전미, 타즈마할 이은 인도의 기념비
반란자, 황제 등극 … 분델라 왕조 전성기
첨탑과 고전미, 타즈마할 이은 인도의 기념비
황량한 들판 사이로 신화와 역사가 얽힌 건물이 즐비한 곳이 ‘오르차’(Orcha)다.
인도 중부 마디야쁘라데쉬주의 카주라호 인근에 있는 오르차(Orcha)는 인구 2000여 명의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왕조들이 대대로 이 땅을 대물림하면서 많은 성과 궁전을 지었다.
이 곳을 대표하는 유적은 유럽의 고성을 떠올리게 할 만큼, 언덕 위로 높게 솟아있는 짜뚜르부즈 만디르(Chaturbhuj Mandir)와 인도 제일의 성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제항기르 마할(Jehangir Mahal)이다. 신화와 역사가 배경이 된 멋진 유적들로, 들판 사이에 솟은 첨탑과 고전미는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짜뚜르부즈 만디르는 원래 라마(Rama)신을 위한 사원이 될 뻔 했지만 라마가 아기에서 신상으로 변하면서 궁전이 된 곳이다. 황량한 들판 사이로 우뚝 서 있는 이 궁전은 부조가 가득한 여느 사원과 다르게 큼지막한 창과 미끈한 외벽으로 이뤄졌다.
오래전 오르차 지역을 다스리던 왕 마두까르 샤(Madhukar Shah)와 왕비 라니 가네샤(Rani Ghanesha)는 자신이 믿는 신을 두고 다툼이 잦았다. 마두까르샤는 끄리슈나를 숭배했고, 라니는 라마의 신도였다. 왕은 매일 왕비에게 ‘내가 믿는 신이 최고’라며 왕비를 비웃었다.
왕비는 ‘구박’을 참지 못하고, 걸어서 라마의 탄생지로 알려진 아요디아로 향했다. 어떤 모양이든지 라마를 상징하는 것을 오르차로 가져와 왕에게 ‘라마신의 축복’을 보여줄 셈이었다. 왕에겐 비밀로 한 뒤 하인들에게 일렀다.
“라마를 모실 사원을 지어놓거라.”
왕비는 아요디아의 라마신 사원에 단식을 하며 끊임없는 기도를 올렸다. 라마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왕비는 애절하게 “당신을 오르차로 모시고 싶다”고 빌었다. 라마는 왕비에게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너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나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오르차로 가겠다. 오르차에 도착하면 내가 그곳의 왕이 돼야 한다. 도착했을 때 내가 원하는 별자리가 원하는 하늘의 장소에 있는 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겠다.”
왕비가 아기로 변한 라마를 안고 오르차로 가는 동안, 왕의 꿈에 끄리슈나신이 나왔다. 끄리슈나는 왕에게 “나와 라마를 구분하는 것은 잘못됐다. 신은 하나다”라며 꾸짖었다.
왕은 왕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채, 그녀를 기다렸고, 돌아오는 왕비를 맞이하기 위해 하인과 코끼리를 데리고 마중을 나갔다. 왕비는 성을 내며 “나는 라마신을 안고 있다. 이제 라마신이 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날 밤 왕비는 자신의 궁전에서 라마신을 모시고 다음날 새로 지어진 사원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라마가 원하던 별자리가 하늘에 있었다. 라마는 아기의 모습에서 신상으로 변했고, 그 자리에 고정됐다.
결국 라마를 위한 사원인 람 라자 사원은 궁전 안에 지어질 수 밖에 없었다. 궁전은 라마의 것이 됐고, 대신 원래 라마를 위해 지었던 짜뚜르부즈 사원은 궁전이 됐다.
제항기르 마할은 17세기 무굴제국이 인도를 지배할 때, 분델라(Bhundela) 왕조가 지었다. 사각형의 외벽 안에 광장과 인공연못이 있는 이 성은 타즈마할(Taj Mahal)과 더불어 인도의 2대 성으로 불릴 만큼 규모나 시설이 웅장하다.
제항기르 마할이 지어졌던 시절, 오르차는 분델라 왕조가 전성기를 구가했다. 역사적으로 재미난 사실이 숨겨져 있는데, ‘오르차’라는 지명의 뜻은 ‘은둔의 땅’이라는 의미다. ‘은둔의 땅’은 두 가지 배경을 담고 있다. 지명처럼 은둔의 세월을 겪었기 때문에 훌륭한 건축물이 비교적 파괴되지 않고 남았을 것이라는 현재의 추측, 그리고 이전에 분델라 왕조의 멸망이 이 지명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담겨있다.
분델라 왕조의 마하라자(Maharaja·대왕)였던 비르 싱 데오(Bir Singh Deo)는 어느 날 행색이 초라한 손님을 맞는다. 그는 무굴제국의 살림 왕자였다. 수도였던 아그라(Agra)에서 왕이 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던 살림은 아버지 악바르의 추격을 피해 오르차까지 피신을 왔던 것.
비르 싱 데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살림을 숨겨줬다가 자칫 악바르에게 들키면 왕조 전체가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데오는 도박을 걸었다. 살림을 위해 성을 지어주고 그를 숨겼다.
당시 지어진 이 성은 궁녀 3000명이 거주했을 정도로 규모가 크게 지어졌다. 살림은 가장 높은 첨탑에 살며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했다. 데오의 도박은 ‘대박’으로 돌아왔다. 악바르는 3년 뒤 죽었고, 살림이 차기 황제인 제항기르로 등극하게 됐다. 살림이 살던 성의 이름은 제항기르 마할이 됐다.
분델라 왕조는 제항기르를 발판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제항기르 마할을 포함한 오르차 인근의 성과 궁전이 모두 이 시기에 지어졌다.
황금시대를 보내던 영광도 잠시, 제항기르도 결국 유명을 달리했고, 아들이었던 샤 자한은 분델라 왕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데오는 왕조를 위해 무굴제국에 반란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는 대패하고 말았다. 분델라 왕조는 ‘은둔의 땅’ 오르차에서 역사의 끝을 맞이했다.
인도 중부 마디야쁘라데쉬주의 카주라호 인근에 있는 오르차(Orcha)는 인구 2000여 명의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왕조들이 대대로 이 땅을 대물림하면서 많은 성과 궁전을 지었다.
이 곳을 대표하는 유적은 유럽의 고성을 떠올리게 할 만큼, 언덕 위로 높게 솟아있는 짜뚜르부즈 만디르(Chaturbhuj Mandir)와 인도 제일의 성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제항기르 마할(Jehangir Mahal)이다. 신화와 역사가 배경이 된 멋진 유적들로, 들판 사이에 솟은 첨탑과 고전미는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래전 오르차 지역을 다스리던 왕 마두까르 샤(Madhukar Shah)와 왕비 라니 가네샤(Rani Ghanesha)는 자신이 믿는 신을 두고 다툼이 잦았다. 마두까르샤는 끄리슈나를 숭배했고, 라니는 라마의 신도였다. 왕은 매일 왕비에게 ‘내가 믿는 신이 최고’라며 왕비를 비웃었다.
“라마를 모실 사원을 지어놓거라.”
“너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나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오르차로 가겠다. 오르차에 도착하면 내가 그곳의 왕이 돼야 한다. 도착했을 때 내가 원하는 별자리가 원하는 하늘의 장소에 있는 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겠다.”
왕비가 아기로 변한 라마를 안고 오르차로 가는 동안, 왕의 꿈에 끄리슈나신이 나왔다. 끄리슈나는 왕에게 “나와 라마를 구분하는 것은 잘못됐다. 신은 하나다”라며 꾸짖었다.
왕은 왕비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 채, 그녀를 기다렸고, 돌아오는 왕비를 맞이하기 위해 하인과 코끼리를 데리고 마중을 나갔다. 왕비는 성을 내며 “나는 라마신을 안고 있다. 이제 라마신이 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날 밤 왕비는 자신의 궁전에서 라마신을 모시고 다음날 새로 지어진 사원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라마가 원하던 별자리가 하늘에 있었다. 라마는 아기의 모습에서 신상으로 변했고, 그 자리에 고정됐다.
결국 라마를 위한 사원인 람 라자 사원은 궁전 안에 지어질 수 밖에 없었다. 궁전은 라마의 것이 됐고, 대신 원래 라마를 위해 지었던 짜뚜르부즈 사원은 궁전이 됐다.
제항기르 마할은 17세기 무굴제국이 인도를 지배할 때, 분델라(Bhundela) 왕조가 지었다. 사각형의 외벽 안에 광장과 인공연못이 있는 이 성은 타즈마할(Taj Mahal)과 더불어 인도의 2대 성으로 불릴 만큼 규모나 시설이 웅장하다.
제항기르 마할이 지어졌던 시절, 오르차는 분델라 왕조가 전성기를 구가했다. 역사적으로 재미난 사실이 숨겨져 있는데, ‘오르차’라는 지명의 뜻은 ‘은둔의 땅’이라는 의미다. ‘은둔의 땅’은 두 가지 배경을 담고 있다. 지명처럼 은둔의 세월을 겪었기 때문에 훌륭한 건축물이 비교적 파괴되지 않고 남았을 것이라는 현재의 추측, 그리고 이전에 분델라 왕조의 멸망이 이 지명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담겨있다.
분델라 왕조의 마하라자(Maharaja·대왕)였던 비르 싱 데오(Bir Singh Deo)는 어느 날 행색이 초라한 손님을 맞는다. 그는 무굴제국의 살림 왕자였다. 수도였던 아그라(Agra)에서 왕이 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던 살림은 아버지 악바르의 추격을 피해 오르차까지 피신을 왔던 것.
비르 싱 데오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살림을 숨겨줬다가 자칫 악바르에게 들키면 왕조 전체가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데오는 도박을 걸었다. 살림을 위해 성을 지어주고 그를 숨겼다.
당시 지어진 이 성은 궁녀 3000명이 거주했을 정도로 규모가 크게 지어졌다. 살림은 가장 높은 첨탑에 살며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했다. 데오의 도박은 ‘대박’으로 돌아왔다. 악바르는 3년 뒤 죽었고, 살림이 차기 황제인 제항기르로 등극하게 됐다. 살림이 살던 성의 이름은 제항기르 마할이 됐다.
분델라 왕조는 제항기르를 발판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제항기르 마할을 포함한 오르차 인근의 성과 궁전이 모두 이 시기에 지어졌다.
황금시대를 보내던 영광도 잠시, 제항기르도 결국 유명을 달리했고, 아들이었던 샤 자한은 분델라 왕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데오는 왕조를 위해 무굴제국에 반란을 일으켰지만 이번에는 대패하고 말았다. 분델라 왕조는 ‘은둔의 땅’ 오르차에서 역사의 끝을 맞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