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힌두교의 3대 신 가운데 파괴의 역할을 맡은 쉬바(Shiva). 그는 수행에 골몰한 나머지 결혼할 생각이 없었다. 다른 신들은 쉬바가 의무를 잊은 채 수행만 하고 있자 우주의 질서가 깨지는 것을 염려해 결혼을 시키기로 했다.

여신 빠르바띠(Parvati)는 전생에 시바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불 속에 뛰어든 사띠의 후생이었는데, 쉬바와 결혼을 원했다. 다른 신들은 둘을 연결하기 위해 깜데브(Kamadev)라는 ‘큐피드’ 신을 보냈다.

깜데브는 명상에 빠진 쉬바에게 몰래 다가가 화살을 날렸다. 쉬바는 화살은 맞은 뒤 수행을 방해한 것이 화가 나 불이 나가는 세 번째 눈을 뜨고 깜데브를 재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화살의 효력으로 쉬바는 빠르바띠와 사랑에 빠졌고, 결혼을 하기로 결심했다.

결혼날짜가 정해지고, 천상의 모든 신들은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빠르바띠의 아버지인 산의 신 히말라야는 건축가를 불러 결혼식 기간 신들이 머물 멋진 집을 지었고, 신들의 축하 속에 쉬바와 빠르바띠는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을 보기 위해 모든 주민들은 일을 멈추고 식장으로 달려갔다. 여자들은 씻다가도, 발톱에 색을 칠하다가도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신과 인간의 세상은 하나가 됐다. 결혼은 인간들의 축하 속에 인간의 방식으로 밤새 치러졌다. 다른 것은 신들의 ‘사랑’이었다. 쉬바와 빠르바띠는 결혼식이 끝나자 1000년간 성관계를 가졌다. 10만8000개의 체위로 사랑을 나눴다. 다시 한번 모든 신들이 걱정에 빠졌다. 신의 의무를 잊은 채 ‘사랑’에 빠진 신혼부부를 방해해야 했다.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둘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 모든 이야기는 인도 중부 마디아쁘라데쉬주에 있는 카주라호(khajuraho) 사원의 벽에 조각으로 남았다. 그들의 결혼식 장면과 사람들이 결혼식을 보러 가는 모습, 신들이 사랑에 빠지자 인간 남녀도 교합하는 장면 모두가 카주라호를 장식했다. 카주라호는 크게 4개의 사원군으로 이뤄졌는데, 짠델라(Chandela) 왕조가 950∼1050년쯤 건립한 사원으로 알려졌다.

사원 벽을 장식하는 조각 가운데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끄는 것은 ‘미투나’(Mithuna·남녀의 성적 결합을 표현한 인도의 조각상)다. 사원의 벽을 세세히 장식하는 조각 곳곳에 숨어있다. 특히 50m 높이의 깐다리야마하데브(Kandariya Mahdev) 사원의 벽은 외설적인 미투나로 가득하다.

인도를 대표하는 위인 마하트마 간디(1869∼1948)는 카주라호의 사원에 새겨진 수많은 미투나를 보고 “전부 갈아 없애버리고 싶다”고 표현했다. 힌두교의 경전인 바가바드기따(Bhagavadgita)를 철저히 신봉했던 간디였지만 미투나의 적나라한 성행위 표현에 대해서는 불쾌함을 드러낼 정도였다.

인도에서 성행위의 교과서로 잘 알려진 까마수뜨라(Kamasutra)도 이 노골적인 조각에서 비롯됐다는 말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에 유일하다시피한 대규모의 에로티시즘 조각품은 그 적나라함 때문에 논쟁도 많다.

알려진 이야기처럼 미투나의 기원이 쉬바(SHiva)의 결혼을 기념하는 조각이라는 설이 가장 많다. 카주라호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인 ‘마하 쉬바라뜨리’(Maha-Shivaratri, 엄청난 쉬바의 밤)가 쉬바의 결혼을 축하하는 행사인 점도 설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신화를 떠나 카주라호에 사원이 만들어진 시기가 인도 역사에서 도덕의 가치가 가장 떨어진 퇴폐의 시대라고 주장하는 역사가들도 있다. 딴뜨라(Tantra) 요가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수행법 중 하나로, 성관계를 통해 신과 가까워진다고 믿고 수행법을 사원 벽에 새겨놓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쉬바와 빠르바띠의 ‘하모니’가 딴뜨라 요가의 중점이라는 것. 남성과 여성이 합쳐져야 ‘기’(氣)가 완성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그저 까마수뜨라를 새겨놓은 조각일뿐이며 일반인들이 책을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힌두교의 사제들이 조각으로 성교육을 시켰던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인도 교육문화부에서 일했던 쇼비따 뿐자 박사는 “카주라호는 사실 섹슈얼한 조각들로만 유명해서 인도 현지에서도 좋은 관광자원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쉬바와 빠르바띠의 결혼 등 신화의 배경을 이해하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주라호=임동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