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는 15년에 걸친 대장정의 성취로 ‘로마인 이야기’ 15권을 완간했다. 그 가운데 4권과 5권이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하 편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어쩌면 카이사르 이야기를 쓰고 싶어서 로마인 이야기를 시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천년 제국 로마에서 카이사르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로마인 이야기’가 그렇게 인기를 얻은 이유에 대해 우리도 ‘카이사르 같은 지도자’를 한 번 가져보고 싶다는 국민적 열망의 반영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며칠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로운 지도자가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끌어갈 새 시대를 앞두고 카이사르를 떠올려 본다. 카이사르가 지금까지도 불세출의 지도자, 창조적인 천재로 기억되는 것은 새로운 로마의 ‘그랜드 디자인’을 그리고 그것을 잇달아 구체화시켰기 때문이다. 정권에 오르자마자 ‘관용’을 신조로 내걸었던 카이사르는 “전쟁은 적에 대한 불신만 가지면 되지만, 정치는 다르다. 적조차도 신뢰하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구상하는 정책을 현실화하려면 주위의 협력이 필요하기에 반대세력을 적극 끌어들였다.

작품 ‘카이사르의 두상’을 보노라면 이 같은 그의 단단한 정신이 느껴진다. 카이사르는 미남은 아니었지만 훤칠한 키와 기품 있는 행동거지로 군계일학이었다고 한다. 로마미술의 미덕은 실물과 같은 훌륭한 초상을 남긴 데 있다. 아마 비슷한 형상이 영혼을 보존시켜준다는 믿음에서였을 것이다. 로마 황제의 흉상은 종교적인 외경감으로 우러러 볼 정도로 엄숙한 의미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로마인들은 그리스인들과는 달리 미화함 없이 있는 그대로 초상을 만들었다. 그 까닭에 우리는 로마 황제의 얼굴을 실제 보았던 것처럼 알 수 있다. 카이사르의 모습에서 승부사적 기질과 뭔가를 해보고 싶어 하는 야심찬 의지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