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그 자연환경을 알려 주는 여러 사실들이 보도되었다. 그 중에는 그 동식물의 수가 2,296 종이고 멸종 위기의 동물이 8종, 천연기념물이 되는 동물이 8종이라는 것도 있었다. 이러한 조사가 이미 있었다는 것은 그러한 동식물의 귀중함에 대한 의식이 있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멸종 위기의 동물, 그리고 희귀한 동물이라는 분류는 희귀하니까 보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수백만 년에서 수 만년이 걸리는 진화의 기적에 대한 경탄의 느낌, 생명체 일반에 대한 연민의 느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생명체에 대한 연민은 E. O. 윌슨이 표현하는 ‘생명친화감’이라는 말로 옮겨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느낌은 좋은 말이면서, 사람의 삶의 선택을 조금 더 복잡하게 한다.

불살생(不殺生)은 중생에 대한 자비심을 중요시하는 불교의 계율이다. 그러나 이것을 엄격하게 지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신라 불교는 이것을 살생유택(殺生有擇)으로 환치(換置)한다. 사람은 생명을 소비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도리가 없는 것이 삶의 비극이다.

얼마 전 외국 뉴스에 조개와 같은 갑각류(甲殼類)가 고통을 느낀다는, 영국 〈실험 생물학지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실린 연구보고서의 실험 결과를 보도한 것이 있었다. 조개는 갈매기와 같은 새들의 공격을 피하여 바위의 어두운 그늘에 숨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늘에 숨을 때에 가벼운 전기 충격을 반복하면 그것을 피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는 것이 실험의 요점이다.

이것은 조개가 아픔을 안다는 증거다. 비슷한 사실은 새우, 가재, 게, 로브스터와 같은 다른 갑각류 동물 연구에서도 확인된다고 한다. 결론의 하나는 식용 해산물을 취급하는 데에 조금 더 조심스러운 태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가령, 양식장에서 로브스터를 잡아서 그 집게발을 떼고 다시 바닷물에 던져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이것은 법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유럽에서는 동물 사육(飼育)이나 운반에 관한 여러 규정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소나 양과 같은 동물들을 트럭으로 운반할 때면, 9시간을 간 다음에는 동물들을 한 시간 정도 쉬게 해야 한다. 이때 동물들에게는 물과 음식과 적당한 공간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물론 동물들의 종착지는 결국 도살장이다.)

영국에서는 이것이 의회를 통과한 법 규정이 되어 있다. 법을 떠나서, 생활 관습에서도 이에 비슷한 것을 볼 수 있다. 영국의 낚시꾼들은 나무망치를 가지고 다닌다. 물고기를 잡자마자 머리를 망치로 쳐서 의식을 잃게 하여 물고기의 고통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것은 문제를 잔인해 보이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인간의 생명 유지 또는 식도락이 가지고 있는 모순은 어떤 경우 그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다.

19세기 초의 미국 작가 제임스 페니모어 쿠퍼의 한 소설에 보면 이러한 삽화가 있다. 뉴욕주의 어떤 곳에서는 가을이면 기러기들이 온 하늘을 덮으면서 남쪽으로 날아간다. 이 철새들을 총으로, 심지어는 대포로 잡는 경쟁을 벌리는 것이 동네 사람들의 스포츠이다.

이름 난 사냥꾼인 소설의 주인공은, 이 자연 발생의 스포츠 마당에 나타나 한 마리의 새만을 잡아 집으로 간다. 한 마리면, 자신의 저녁 식사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삽화는 동물에 대한 태도에서 만이 아니라 사람의 삶에 포함된 모순된 과제들을 해결하는 한 방법을 예시한 것이다.

물고기나 낙지 또는 굴을 날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우리의 식생활이다. 날 것을 즐기면서도 그것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비슷한 인생의 여러 모순들을 생명 존중으로 다가가게 처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에 표현된 동식물에 대한 관심을 보면서 바라는 것은 그 관심이 생명에 대한 더 넓은 고민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또 그런 고민이 우리 사회 모순의 해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